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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민주당 참 편하게 정치 한다”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석 달 만에 그 좋다던 당이 망가졌다. 3월 초엔 원내 1당은 물론 과반 의석도 가능한 당이었다. 정권교체도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선 원내 1당 자리를 날리더니 지금은 우호적인 인사로부터도 “정권교체를 달성할 의지가 있느냐”는 걱정을 듣는다.

 여느 정당이라면 변화한다고 난리일 텐데 민주통합당은 예의 방식 그대로 정치한다. 여간 배짱이 아니다. 임수경 의원 건만 봐도 그렇다. 임 의원은 한 탈북 대학생에게 “개념 없는 탈북자 XX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하태경(새누리당 의원)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라고 했다. 옮겨 적는 손이 남사스러울 정도의 발언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사과한다→개인 실수니 당에서 대처할 건 없다→새누리당은 더했다’는 전통적 논법을 그대로 가동했다. 두 달 전 김용민 논란 때도 써먹었던 방식이다. 우선 임 의원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변절자는 탈북자가 아닌 하태경 의원을 두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밀려서 한 사과였다. 이를 두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떠하였든 사과 해명을 했다”며 끝냈다. 당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결례된 말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면 당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해찬)이라고 했다. 대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2002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에는 왜 갔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혀라”(박용진)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아무 말 안 한다→새누리당을 탓할 때는 빼고’란 접근법도 썼다. 통합진보당 문제가 그 경우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알고도 야권연대를 한 것이냐” “종북 세력을 사면·복권한 배경은 무엇이냐”는 유의 질문이 쌓여갔지만 민주당은 사실상 침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위원장이 “기본적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 이후엔 들고 일어났다. “새누리당의 신공안정국 조성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것”(김한길)이라거나 “악질적 매카시즘”(이해찬)이란 주장을 폈다.

 통합진보당이 당내 부정선거를 두고 싸우다가 종북 논란까지 벌였고, 임수경 의원이 실언이든 속내든 탈북자를 비난했는데도 새누리당을, 박근혜 전 위원장을 손가락질한 거다. ‘색깔론’이라며 엉뚱한 데 색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는 사이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그 공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제일 크다” “찍어주고 싶어도 찍지 못하게 하니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을 운영하는 거냐” “박지원 XXX야. 그래도 사과하면 끝이니 사과하겠다”는 비아냥이 온·오프라인을 넘실댔다.

 사실 정치에선 이슈보다 이슈를 대응하는 태도와 방법이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호재가 악재로, 악재가 호재로 바뀌곤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새누리당만 봐도 알 수 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의 격랑(激浪)이 연속적으로 덮쳤으나 결국 과반 정당이 됐다.

 “새누리당이라면 임 의원의 말을 진실한 사과로 받아들였겠느냐.”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한 정치평론가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그는 똑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알고 있을 거다. 새누리당이라면 당 윤리위부터 소집했을 거라는 걸 말이다. 새누리당은 여성 아나운서 폄하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을 제명했다. “전라도 넘들은 이래서 욕먹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기초단체장의 당원권을 1년간 정지시켰다. 4·11 총선 이후에도 구설에 오른 김형태·문대성 의원을 당 밖으로 내보냈다. 여론에 밀려서일 게다. 그렇더라도 새누리당이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게 책임 정치다.

 민주당은 그런 새누리당을 향해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고 비난하곤 했다. 정작 자신들의 유사한 추문에 대해 뒷짐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랬다. 큰 소리만 칠 뿐 책임은 안 져온 거다. 그간 정치를 참 편하게 했다는 뜻이다. 하기야 윤리강령조차 없는 민주당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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