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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을 주목한다

미국 법조계에는 ‘황금률’이 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들을 판사로 임명하는 법원 구성의 다양화(diversity on the bench)가 그것이다. 판사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따라서 그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취임 후 연방 대법관에 여성인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엘리나 케이건(Elena Kagan)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을 지명한 것도 그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현재 미국 대법관 9명 중 여성은 1993년 취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을 포함해 모두 세 명이다.

대한민국 대법원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대법관이 다음달 10일 한꺼번에 6년 임기를 마친다. 그 후임에 어떤 대법관들이 임명되느냐는 법조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엊그제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새 대법관 후보 13명의 명단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 중 4명을 선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다. 그런데 추천 인사들의 면면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실력이나 자질 문제가 아니다. 그들 모두 내로라하는 경력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다양성’이라는 더 큰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추천된 13명 중 여성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대로라면 가까스로 두 명으로 늘어났던 여성 대법관은 다시 박보영 대법관 한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성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군색한 변명이다. 2004년 대법관이 된 김영란(현 권익위원장)씨는 8기 기수를 뛰어넘어 발탁됐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수십 년간 ‘남성-서울대 법대 졸업-판사 출신’의 공식을 벗어나지 못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위가 비서울법대 출신을 4명 추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구성은 법원장급 고위법관 9명과 부장판사 출신 대학교수 1명, 검찰 고위간부 3명이어서 여전히 법관 위주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적 정의(正義)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특정 이데올로기를 앞세운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법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보호해줄 때, 다시 말해 보다 민주적인 권력을 행사할 때 법은 비로소 정의에 가까워질 것이다. 대법관 3분의 1이 바뀌는 대변혁의 시기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이 주목되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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