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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의 불청객, 경제위기

한국 대선 시즌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경제위기다. 독감 바이러스가 환절기에 기승을 부리는 것처럼 경제위기의 어두운 그림자는 정권교체기의 틈새를 노린다. 첫 시작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에 시작된 제2차 오일쇼크였다. 80년 ‘서울의 봄’을 짓밟고 전두환 군사정권(제5공화국)이 팡파르를 울리던 그해였다. 정부 통제가격이던 유가는 세 차례에 걸쳐 두 배 넘게 오르고 국제금리는 연 20%를 돌파했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5%’. 한국형 고도성장의 환상이 깨진 순간이었다.

이양수의 세상탐사

97년 대선 와중에 본격화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정확히 말해 외환위기는 나라경제는 물론 가정·개인의 단란한 삶까지 망쳐 놓았다. 전두환 정권이 누렸던 3저(低) 호황의 반대급부였다. 98년 ‘마이너스 6.9%’의 지표 속에는 중산층·서민의 아픔과 절규가 숨어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빚잔치’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은 신물이 날 정도였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이런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참 이상한 일”이라며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던 게 그 무렵이다. 김대중 정부의 ‘IMF사태 조기 극복’이라는 치적도 사실 고(高)환율 수출 호황에다 나랏돈을 풀고 외국자본을 유치한 덕이었다.

2007년 대선 역시 경제위기의 복병을 피하지 못했다. 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돼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들은 남몰래 해법을 찾느라 분주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몇 달 전에 낌새를 챘다. 2008년 여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부터 부지런히 현금을 확보해 나갔다고 한다. 위험징후는 안개처럼 퍼져 나갔지만 한국 정부는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태연자약했다. 당시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 간부는 기자와 만나 “한국 정부의 강심장은 올림픽 금메달감”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정권교체기에 엄벙덤벙하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사례다.

우리 사회의 아픈 추억들을 굳이 들춰내는 건 올해가 대선 시즌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경제위기 경보 시스템이 다시 고장 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보자는 얘기다. 여야 정치인들은 요즘 12·19 대선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경제성장, 복지·일자리 확대, 재정균형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정책이 시급한데 거기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않는다. ‘박근혜 대세론’에 빠져있는 새누리당이나, 당 대표를 새로 뽑는 민주통합당 모두 마찬가지다. 노선·비전·정책 경쟁은 사라진 채 구태의연한 ‘편가르기’, 지역감정 부추기기,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느라 혈안이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진 이명박 정부의 존재감도 희미하다. 정권 실세 비리,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입찰비리 등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지경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위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10년 전 홍콩에서 경제예측가로 이름을 날리던 앤디 셰(50·중국 이름 謝國忠) 박사는 당시 한국의 부동산 투기열풍과 가계부채를 잠재 위기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총 400조원을 넘어설 때였다. 셰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10년 전의 2.5배인 1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대로 가다간 ‘주택대출 부실사태’가 위기의 불씨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해외 요인은 더 요동친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이 경기침체, 금융불안, 정치·사회적 혼란 같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경우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이젠 유권자들이 나서서 묻고 따져야 한다. 아니, 그에 앞서 여야 대선주자들이 먼저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펼쳐 놓아야 한다. 그것도 없이 대선 출마 운운하는 건 함량 미달이다. 미국의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것처럼 우리도 대선 이슈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도, ‘박근혜 대항마론’에 집착하는 것도 정치공학의 꼼수일 뿐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또다시 경제위기를 당할 경우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그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경제위기 때마다 ‘금메달 강심장’을 자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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