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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모호한 기준으로 재량권 유지” vs “불구속 원칙이 당연”

“남의 장사에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이다.”(2006년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검찰에 인분 냄새가 진동하겠다. 정말 인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이상훈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영장제도 둘러싼 검찰·법원의 입장차

권위 있고 고상해야 할 검찰과 법원 사이에 ‘인분 논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영장이었다. 2006년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12차례나 기각되자 검찰이 법원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당시 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네 차례 기각한 민병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가 부족하다. 주가조작으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가 영장에 없다”며 이례적으로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까지 나서 사실상 2심급인 “준항고를 하겠다”며 법원에 각을 세웠다. 법원은 “현행법상 영장 발부 여부는 항고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서로 비난을 자제하는 수준에서 갈등이 잠복했지만 이후에도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불거져 나오기를 거듭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구속은 수사의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정식 재판처럼 구속영장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법원이 ‘실형선고’를 기준으로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점을 든다. 대검찰청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인 ‘구속영장 기각사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 발부 기준으로 크게 5가지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째가 실형 기준으로, 기소돼 정식 재판에서 징역형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클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는 것이다. 재판 결과를 예상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면 4심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둘째 원칙으로는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고려 사항(재범 및 피해자, 증인 등에 대한 위해 가능성, 범죄의 중대성)’에 따른 영장 발부를 줄이겠다는 것. 이밖에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영장 발부를 줄이고, 불구속 재판을 늘리며, 소년범에 대해서는 불구속 재판을 통해 배려한다는 것 등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실형을 영장 발부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영장실질심사가 본안재판이 될 수 있는데 이건 재판을 4심제로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구속, 불구속은 판결이 아니며 수사와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독일에서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하는 ‘예방구속’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검사는 영장청구서를 실례로 들며 현행 영장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영장에 피의자의 죄목,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필요적 고려 사항으로 되어 있는 범죄 중대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를 함께 표기하고 있다. 검찰은 실제 영장 청구에서 2008년 기준 범죄 중대성(31%), 재범의 위험성(15.1%)을 사유로 기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런 고려 사항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불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의 방어권만큼 중요한 것이 피해자 보호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법원은 피의자가 범행을 시인하면 자백했으니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하고, 범행을 부인하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기각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검사는 “법원이 모호한 기준을 유지해 자신들의 재량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힐난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을 영장 발부 여부를 이용해 통제하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7년 이후 법원의 영장 기각률이 25%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은 법원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본다.

법원의 입장은 정반대다. 대법원은 “영장 업무는 수사의 도구가 아니라 독립된 주요 재판 업무”라며 검찰의 의견을 반박했다. 오히려 현행법(형사소송법 198조1항)엔 ‘불구속 수사원칙’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구속’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판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재판을 진행하되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엔 엄정한 형을 선고해 처벌한다는 것이 주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윤 판사는 “1심 선고 후 법정구속되는 인원이 증가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대법원 예규’에 구속에 관한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 염려 부분(제48조)과 관련해서는 증거의 존재 여부, 증거인멸이 가능한지, 피해자나 증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돼 있다. 도망 염려에 대해선 피의자의 사정과 가족관계,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직업, 질병 유무, 외국과의 연결점, 가족 중에 연로한 부모가 있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학생인 자녀가 있는지까지를 본다.

서울중앙지법이 2006년 제시한 인신구속기준에 따르면 폭력사건에 대해선 폭력적 성향, 폭행의 동기, 상해의 부위와 정도, 합의 여부를 참작하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에 대해선 재범 가능성이 높을 경우엔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참작해 영장발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우에는 주취 정도와 과거 전력, 음주습관을 본다. 납치,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해선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참작하고, 지하철 등에서 이뤄진 성추행에 대해선 피의자의 전력과 상습성, 추행의 정도를 감안하도록 하고 있다. 윤락행위 등에 대해선 미성년자 고용, 감금 등 가혹행위, 외국인 윤락녀 고용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특별히 중한 사정이 없을 땐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있다.
검찰과 법원 모두 현행 영장제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개선방안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과 함께 ‘보석조건부 영장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영장발부와 함께 보증금, 주거 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보석 기준을 정해 석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상대 검찰총장이 곧장 “돈만 있으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맞서고 나섰다. 대신 검찰이 영장제도의 개선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영장항고제’다. 1심 재판 결과에 수긍하지 못할 경우 상급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3심제와 같이 영장 기각·발부 여부에 불만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이나 피의자가 상급법원에 다시 판단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에선 법원의 구속영장 결정에 불복해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를 두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내세우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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