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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3억 구속, 190억 불구속 기각률, 서울은 34% 춘천은 16%

승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여대생 이모(24)씨는 수개월째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술에 취한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김모(28)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부터다. 요즘엔 김씨로부터 “우리나라는 법조계에 아는 사람만 있으면 죄를 짓고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까지 오고 있다. 성폭행범이 자신을 해코지하러 찾아올 수도 있다는 공포도 생겨났다. 이씨는 법원이 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들쭉날쭉 구속영장 기준 논란

강남경찰서는 올 3월 준강간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의 속옷과 몸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결과까지 있었지만 김씨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김씨의 ‘범행부인’은 거짓으로 나왔다. 경찰은 김씨가 승무원이 되고 싶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라. 내 친구가 대형 항공사 인사팀에 있다”며 겁박을 했던 점도 구속사유로 봤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김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은 “미국에서 유학한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언제든 미국으로 도주할 수 있으니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의자의 구속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또 다른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가 일정한 직업과 주거가 있고, 도망하거나 증거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국과수에서 피해자의 몸에서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결과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납득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拘束). 구속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법원의 잣대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신고자를 찾아가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불안해하는 시민이 많다. 4월엔 성폭행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의 기각으로 풀려나자 전 여자친구였던 피해자 집을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 2월엔 배임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한주저축은행 이사 이모(4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풀려난 이씨가 고객 예금 166억원을 들고 잠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발부에 대해 일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법원은 “법에 따라 판단하고 있을 뿐, 법원이 재범이나 보복범죄까지 예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사유는 세 가지다. ‘주거 부정’ ‘증거인멸의 염려’ ‘도망 또는 도망의 염려’다. 구속영장에 기각 사유로 이 세 가지 이유만이 적시되는 이유다.

2007년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또는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말 그대로 ‘고려 사항’일 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또는 사건 피해자들이 기각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사안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우라도 발부가 들쭉날쭉이다. 서울중앙지검이 2007년에 조사한 ‘부당영장 기각사례’에 따르면 법원은 주가조작으로 19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피의자에게 ‘주거일정, 증거인멸 염려가 적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을 불허했다. 반면에 같은 주가조작 혐의로 3억700만원의 이득금을 챙기고 회사 돈 8억4000만원을 챙긴 피의자는 구치소에 수감하도록 했다.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던 업주는 구속이 안 되고, 종업원은 구치소에 들어가게 된 경우도 있었다. 업주는 주거가 일정하지만 종업원은 거주지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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