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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화장품은 웃음…웃는 얼굴은 화장도 잘 먹죠”

언제나 화장은 물론 의상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진(왼쪽)과 제인. 이번 ‘글래머라이어티’ 시사회 월드 투어를 위해서도 여행가방에 80벌의 옷을 챙겨왔다.
1950년대 초 미국 인디애나주의 작은 농가에서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언니 진 포드는 반딧불이에서 긁어낸 반짝이 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다닐 만큼 ‘꾸밈’에 관심이 많았다. 동생 제인은 먹다 남은 초콜릿을 새 초콜릿으로 교환할 만큼 ‘수완’이 좋았다.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모델 일을 시작한 진과 제인은 목욕 용품 ‘칼곤 배스’ 광고로 유명인이 됐다. 자신들만의 특별한 메이크업 노하우를 갖게 된 두 사람은 76년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작은 뷰티 숍을 차렸다. 제품, 이름, 포장 모든 게 독특했던 이들의 화장품은 곧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전 세계 여성들이 외쳤죠. 베네(이탈리아어로 ‘좋다’)! 피트(영어로 ‘나한테 꼭 맞아’)!” 지난달 22일 서울 W호텔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 창립자인 쌍둥이 자매 진 포드와 제인 포드(65)를 만났다.

진과 제인 포드 자매의 이번 한국 방문은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글래머라이어티’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5월 21일 서울을 시작으로 상하이, 런던, 파리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차례로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글래머라이어티’는 다큐멘터리와 뮤지컬을 합친 40분 분량의 영화다. 21일 청담 CGV극장에서 열린 서울 시사회 때는 진과 제인이 직접 무대로 나와 영화 속 노래와 춤을 재연했다. 

-영화에서처럼 언제나 둘이 함께였나.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뭐든지 해도 좋다. 단 둘이 같이 해라’ 모델로 성공한 후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할 때도 우린 의견이 같았다. 화장품 가게를 내거나 식당을 하자. 둘 다 좋았기 때문에 결국 동전을 던져서 결정을 내렸고 후회는 없다.”

-사업상 의견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하나.

“진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 나는 판매와 숫자에 강하다. 서로 다른 특성 덕분에 큰 충돌은 없었다. 어쩌다 의견 차이가 나더라도 서로 양보한다. 이번에 이기는 사람이 다음번에 져주는 게 우리의 규칙이다. 그러니 웬만큼 절실하지 않으면 고집부리지 않는다. 정말 중요할 때를 위해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하니까.(웃음)”

-60대의 나이에도 몸매와 스타일이 멋지다.

“진은 수영을 좋아한다. 나는 무섭게 일을 해서 모든 칼로리를 소진하는 편이다.(웃음) 적극적으로 살고 매 순간 많이 웃는다면 누구라도 아름답고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

‘닥터 필굿’이라는 이름의 밤. 뚜껑에 그려진 그림처럼 ‘매력적인 의사가 치료해준 듯 피부가 좋아지는 화장품’이라는 의미다.
-‘웃음이 가장 좋은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말하는 건가.

“아침에 화장하기 전 거울을 보면서 밝게 웃어보라. 이후 화장을 하면 얼굴이 정말 예뻐진다. 마음이 우울할 때는 화장도 안 먹는다.”

-베네피트 제품들의 이름과 디자인이 독특한 것도 ‘웃음 코드’ 때문인가.

“화장하는 시간이 즐거우려면 화장품 자체도 흥미로운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디자인이 사랑스럽거나, 이름에서 독특한 유머가 느껴진다면 누구라도 한 번쯤 미소를 짓게 마련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떠오른 것들이 많다. 운전하고 가다가도 ‘아, 저거야!’ 이런 식이다. 그래서 화장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닥터 필굿(기분 좋은 의사)’ ‘단델리온(민들레)’ ‘왓츠업(무슨 일 있어?)’ 같은 이름도 나온다. 최근 출시된 파운데이션 ‘옥시즌 와우’도 원래 이름은 ‘옥시즌 부스터’였는데 너무 딱딱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매장에서 ‘나우&와우(now&wow)’라는 문구를 봤다. 베네피트에선 화장을 하기 전과 후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새로운 산소 파운데이션을 바른 후 ‘와우’하고 놀랄 만큼 예뻐졌다. 말 되지 않나?”

-너무 장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왜 안 되는데(why not)? 문학이나 예술도 ‘위트’가 있어야 고급스럽다. NO라는 부정적인 단어도 W자 하나만 붙으면 ‘지금 당장, 가능하게끔 만들자’는 긍정의 의미가 된다. 상상력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왼쪽) 예쁜 얼굴과 늘씬한 각선미를 가진 ‘배씨나’는 베네피트의 여러 마네킹 캐릭터 중 섹시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맡고 있다. (중앙) 겉모습은 도도하고 섹시하지만 의외로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 ‘시몬’. (오른쪽) 베네피트의 대표 얼굴이자 가장 오래된 마네킹 캐릭터 ‘개비’.

-모델을 쓰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피부색, 머리색이 다른 모델은 전 세계 여성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우린 사람 대신 마네킹 이미지를 주로 사용한다. 편견 없이 볼 수 있고 또 재미있는 요소도 있다.”

-1940년대 ‘핀업걸(벽에 걸어놓는 사진 속 모델)’ 풍의 빈티지 마네킹을 좋아하는 이유.

“세대를 초월할 수 있어서다. 엄마에겐 향수를, 딸에겐 호기심을 자극한다. 개비, 페기, 배씨나, 라나 등 총 7개의 마네킹이 있는데 설정 캐릭터가 각각 달라서 포스터와 카탈로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각의 모습과 캐릭터는 어떻게 창조됐나.

“빈티지 숍을 돌면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마네킹을 찾은 다음 그것을 조금씩 변형해 일러스트 이미지로 만들었다. 원형 마네킹은 모두 뉴욕 본사에 진열돼 있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샌프란시스코의 빈티지 숍에서 찾아낸 마네킹이 ‘개비’였다. 고객들이 ‘왜 개비는 몸이 없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녀는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얼굴만 있는 마네킹이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라면 엄마와 딸이 함께 쓸 수 있는 제품도 있나.

“미국에서 베네피트는 모녀가 함께 쓰는 화장품으로 유명하다. 15세 미만의 딸과 함께라면 스킨케어 제품을, 15세 이상의 딸이 있다면 파운데이션·마스카라·블러셔 같은 메이크업 제품을 함께 쓸 수 있다.”

-브랜드 창립 후 3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77년에 한 스트립 댄서가 가게로 찾아와 자신의 유두 색깔을 붉게 물들여줄 만한 화장품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린 그날 밤새 장미 꽃잎을 찌고 여러 약재와 섞어서 붉은 액체를 만들었다. 6달러에 그 화장품을 사간 댄서가 그날 밤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동료들이 찾는다며 10개를 주문했다. 그게 베네피트의 대표 상품인 ‘틴트’의 시작이 됐다. 25년 전 우리에게 첫 번째 팬레터를 보내준 랄프도 소중한 인연이다. 그는 남자고 아내와 함께 농장을 운영한다. 성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얼굴에 화장하는 걸 좋아하는 랄프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품 후기를 정성껏 보내준다. 미국에서도 화장하는 남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에게 랄프는 소중한 친구다. 이번 영화 ‘글래머라이어티’에도 랄프가 직접 출연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

“40·50대 여성들의 피부가 너무 좋다. 잔주름이 거의 없어서 어떤 색조 화장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정말 부럽다. 그런데 패션 감각은 피부만큼 젊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과감해도 좋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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