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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박정환 얄궂은 만남

“이번 우승자는 박정환”이라고 예언했던 이창호(오른쪽)가 준결승에서 박정환과 맞붙는다. 새 시대를 열어가는 박정환과 이창호의 대결이 자못 운명적이다.

이세돌 9단
응씨배에 대한 이창호 9단의 ‘점지’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창호 9단은 지난달 23일 타이베이에서 시작된 제7회 응씨배 전야제 때 우승자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정환 우승, 쿵제 준우승”이라고 대답했다. 이세돌 9단을 제치고 박정환을 지목한 것은 박정환의 기량이 무르익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전을 치른 결과 묘한 일이 벌어졌다. 이창호는 16강전에서 자신이 준우승자로 지목한 쿵제 9단을 극적인 반 집 차로 격파했다. 8강전에서도 장쉬 9단을 꺾어 당당 4강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한국 랭킹 12위까지 밀린 이창호였으나 응씨배에선 다시금 전성기의 편린을 떠올리게 했다. 공교롭게도 준결승전 상대는 박정환 9단이다. 박정환은 박문요 9단과 조치훈 9단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이제 이창호는 자신의 예언과 마주치고 있다. 이창호는 박정환을 위해 강자들을 제거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이창호 9단은 2006년 이후 세계무대에서 10연속 준우승했다. 열 번이나 결승에 오른 것은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지만 결승전의 연속 패배는 만 37세라는 ‘세월의 한계’를 절감하게 한다. 박정환은 겨우 19세로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세계대회에선 단 한 번 우승했지만(이창호 21회) 지금껏 국내 기전을 포함해 여덟 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우승했다. 팬들은 이창호의 10전11기 우승 신화도 보고 싶고 차세대 리더인 박정환이 응씨배 우승으로 한국 1인자로 올라서는 모습도 보고 싶다. 과연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상대 전적에선 박정환이 5승4패로 앞서 있지만 최근엔 이창호가 2연승 중이다.

 이번 응씨배는 27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를 지켜온 부동의 1인자 이세돌 9단의 위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16강전에서 이세돌은 중국의 16세 신예 판팅위 3단에게 패배했다. 얼마 전 끝난 비씨카드배에서 당이페이란 중국 신예에게 패배해 가슴앓이를 했는데 또다시 어린 신예에게 패배했으니 자존심 강한 이세돌에겐 참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랭킹 1위 자리도 28개월 만에 박정환에게 내줄 것이 확실시된다. 5월 랭킹에서 이세돌은 9776점으로 박정환(9730점)에게 46점 앞섰으나 이달에 박정환이 8전8승으로 50점 이상을 추가 획득한 반면, 이세돌은 3승3패로 20점 정도를 잃었다. 무엇보다 판팅위에게 져 19점을 잃은 것이 컸다. 박정환은 아직 검증은 덜 됐지만 적어도 랭킹에서만은 한국 1인자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실력자 이세돌 9단이 잠자코 있을 리 없다. ‘분노한 이세돌’이 몰고 올 회오리가 기대된다.

 응씨배 다른 한 판의 준결승전은 중국랭킹 2위 셰허 7단과 15위 판팅위 3단이 맞붙는다. 셰허는 16강전에서 LG배 우승자 장웨이제, 8강전에서 구리를 꺾었다. 대회 최연소 판팅위는 이세돌 9단에 이어 8강전에선 중국랭킹 1위 탄샤오를 격파했다. 우승상금 40만 달러의 응씨배 준결승 3번기는 통상 9월에 열린다. 장소와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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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