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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북한 노동당원의 하루

강영진
논설위원
북한 노동당원들은 매일 아침 7시 반이면 사무실에 출근해 ‘독회’를 갖는다. 노동신문이나 당의 방침을 알리는 문건을 읽고 그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다. 또 사무실마다 걸린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 액자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이 닦는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각 기관의 당위원회 간부들이 주도하는 ‘강연회’에 참석한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8시간씩 ‘정치학습’에 참가하고 매년 3~5차례 열리는 ‘충성의 노래모임’ 행사에 참가한다. 그 외에도 매일 ‘생활총화’와 ‘월간 생활총화’를 통해 당의 방침에 맞춰 잘 생활했는지를 반성한다. 매월 자신이 받는 ‘생활비(임금)’의 2%는 새 돈으로 바꿔 당비로 낸다.

 ‘당생활’이라고 불리는 이런 생활방식을 따르는 북한 노동당원의 숫자는 200만~3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 전 인구의 10%가량 되는 숫자다. 이 같은 생활 방식을 당원들이 제대로 지키는지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의해 철저하게 감시되고 평가된다. 평가 결과는 직장에서 승진과 보직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나아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김정일의 어머니)의 초상화나 동상 등 이른바 ‘1호 작품’을 소홀히 대하는 경우 자칫 정치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소속원이 800만 명에 달하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원들도 노동당원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생활방식을 지킨다고 한다.

 이 모든 일이 당원 개개인의 직업과 별개로 부과되는 의무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노동당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노동당원이 아닌 사람이 북한의 어떤 조직에서도 간부가 되고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원이 아닌 사람도 당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진행되는 각종 정치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안 그랬다간 조직에서 쫓겨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위험성이 매우 크다.

 최근 탈북자들에 따르면 예전에 비해 당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줄고 있다고 한다. 오랜 경제난으로 국가의 식량 배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당원의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을 내 ‘돈벌이’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북한 주민의 다수는 당원이 되기 위해 목을 맨다. 예컨대 북한군 장교의 전원이 당원이고 내각과 각급 공장, 기업소, 농장의 간부들도 전원이 당원이다. 특히 체제 보위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총국 요원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전원이 당원이다.

 옛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미 한 세대 전에 한꺼번에 자본주의로 체제가 전환됐다. 또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과 베트남도 경제·사회적으로는 서구 자본주의보다 더 적나라한 자본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게 여전히 극단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할 수 있을까. 북한 노동당의 운영 방식에 답이 있어 보인다. 노동당원들의 생활방식이 바로 북한 주민 전체의 체제 순응과 나아가 ‘충성’을 이끌어 내는 핵심 기제인 것이다.

 이에 더해 북한은 철저한 주민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국 리 단위까지 요원을 주재시키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인원은 5만~8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보위부 요원에 협력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주민들의 불순한 언동이나 행동을 포착해 처벌한다. 보위부는 자체 유치시설과 정치범 수용소 등을 운영하면서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장기간 감금, 처벌하거나 심지어 처형까지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당생활’ 시스템이 북한에 정착된 것은 1970년을 전후해서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이런 생활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북한 체제가 동유럽 각국처럼 한순간에 붕괴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나아가 만에 하나 이런 체제가 붕괴되는데 따른 혼란이 어떠할지 상상할 수 있는가. 적어도 내전 또는 남북한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클 것이다. 우리가 그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체제가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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