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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분노조절 교육이 범죄예방의 첫걸음

박민제
탐사팀 기자
신모(34)씨는 2009년 말 사람을 죽였다. 택시를 타고 가다 인적이 드문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택시기사 박모씨를 흉기로 잔인하게 난자했다. 이유는 없었다. 자수한 그는 재판을 받고 현재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신씨 주변 사람들은 그가 성장기에 아버지의 사업 실패, 어머니의 투병 생활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한다. 맏아들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싶어 했으나 장애 때문에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어 좌절했고 그 분노를 무고한 이에게 분출했다는 것이 심리상담가들의 분석이다.

 본지가 강력범죄자 159명의 가정환경, 학교생활 등을 조사한 양형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씨처럼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경우가 44.3%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를 보면 강력범죄자 상당수가 법원 조사관들에게 ‘어쩌다 사람을 죽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자신의 범죄를 후회했다. 신씨도 지인들에게 “귀신에 홀린 것 같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뼛속까지 악인이라기보다는 순간적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선을 넘어버린 강력범죄자인 셈이다.

 우발적 강력범죄는 분노조절 교육에 실패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가정과 학교교육의 붕괴로 성장기에 적절한 분노조절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무차별적으로 분노를 발산했고 범죄자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본지 조사 결과 강력범죄자 중 가정과 학교 문제로 정상적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70% 가까이 됐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강력범죄자들의 뇌 사진을 보면 분노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분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은 적절한 가정 내 교육과 학교 등의 훈육을 통해서만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인망(底引網)식 분노조절 교육이 시급하다. 정규 교육과정 내에 분노조절 교육을 포함시켜 가정의 붕괴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이 충분히 치유받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한번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법적 처벌 여부를 떠나 반드시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한 해 입건되는 소년범 중 60% 이상이 아무런 처분 없이 귀가 조치되고 있다.

 누구나 살의(殺意)를 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살인(殺人)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살의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선 분노를 조절하는 인생 초반의 경험과 습관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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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