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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짝퉁은 일자리도 위협한다

김호원
특허청장
최근 방영된 드라마 ‘패션왕’에서 주인공 강영걸은 대기업 이사 정재혁이 보유한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동대문 시장에 내놓는다. 더욱이 강영걸은 그 디자인을 먼저 등록함으로써 정재혁의 제품을 ‘짝퉁’으로 만들고 5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국내 모기업은 바퀴가 두 개 달린 ‘S 보드’를 개발해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나 중국에서 만든 짝퉁이 국내에 대거 들어와 팔리면서 매출은 1억원으로 급감했고 직원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었다.

 짝퉁의 피해는 비단 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위조 상품의 규모는 1조1986억원이며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피해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지식재산과 미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지식재산 집약산업은 2010년 기준 미 전체 고용의 27.7%인 약 4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의 지식재산 보호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특허출원 건수로 세계 4위이고 국제 특허출원 건수로는 세계 5위다. 세계 최단기간인 62년 만에 특허 등록 1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지식재산 창출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국제적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재권 보호 순위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9개국 중 31위에 불과하다. 홍콩·대만이 20위권임을 고려한다면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정부는 지식재산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위조 상품 단속과 인식 높이기 노력을 병행해 오고 있다.

 블랙마켓 전문사이트 ‘하보스코프 닷컴’에 따르면 위조 상품 시장규모는 매년 20~30%씩 성장해 전 세계 시장규모가 6635억 달러라고 한다. 그중 국내 시장규모는 142억 달러(약 17조원)로 세계 10위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위조 상품이 근절되지 않고 큰 시장규모를 형성하는 주된 이유는 소비자가 위조 상품인 것을 알고도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그 비율이 지난해 8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스스로 정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식과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소비자가 짝퉁을 구매하게 되면 기업은 상표나 상품 개발에 대한 투자나 의욕이 위축되고 매출도 줄어들게 된다. 그 여파로 기업은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려워지고 그만큼 구직자의 취업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짝퉁은 소비자에게 싸서 좋고 위조 상품 제조업체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하경제를 키워 국가 세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중국이 2008년부터 위조 상품 단속을 강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조 상품의 범람은 국가 브랜드를 실추시키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특허청에 따르면 위조 상품으로 연간 53억 유로(약 8조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3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한다. 짝퉁 하나쯤 들고 다니는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이처럼 생각보다 심각하다. 짝퉁 추방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지식재산 보호가 꼭 필요하다.

김호원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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