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좌·우’가 아니라 ‘앞’이 문제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현재 경제정책 수립 권한은 의회가 4분의 3, 정부가 4분의 1을 나눠 갖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주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재정경제부 차관과 국회의원을 다 경험한 이의 말이니, 전혀 뚱딴지 같은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의 말처럼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정책은 지난해 국회에서 사실상 철회됐다. 기획재정부가 밀어붙였던 최저가낙찰제 확대도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가진) 그나마 4분의 1의 권한도 과거 경제기획원 같은 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어 제대로 활용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관료 후배들은 기분이 좀 언짢을 수 있겠다. 경제부처를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가 보기에는 ‘정책기술자’로서의 관료는 능력으로 보나 숫자로 보나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집단이다. 이제 막 임기가 시작된 19대 초선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에서 관료를 긴장케 하는 송곳 질의를 날리기까지는 장담컨대 시간과 노력이 한참 필요할 거다. 그때까지 관료들은 학습 덜 된 일부 의원의 엉뚱한 질의에 답변하느라 곤욕을 치르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웃음을 애써 참아야 하는 마음수양을 꽤 해야 할 것이다.

 김 의원의 정부 무시(?) 발언은 몇 달 전 어느 장관급 인사와의 만남을 떠올리게 했다. 잘나가는 경제관료인 그조차 국회 앞에서 무력감을 토로했다. 국가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꼭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한 책이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과 주(駐) 영국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2009년 쓴 책이다.

 조 교수는 국가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지나치게 견제하거나 심지어는 무력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헌정 사상 초유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가 그 예다. 자칫하면 국정의 정체를 야기하고 유럽 선진국처럼 ‘오도 가도 못하는 사회(blocked society)’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개혁 방향은 분명한데 몸은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한 상황 말이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국가권력은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국회와 검찰·법원 등으로 분산된 반면, 재벌·노조·시민단체 같은 사적(私的) 권력은 더 세졌기 때문이란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권력을 다소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민주주의 하지 말자는 얘기냐” 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견제와 균형’ 못지않게 ‘효율과 책임’도 중요하다고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금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종북 좌파’ 이슈로 출발부터 시끄러운 19대 국회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이런 문제도 좀 고민했으면 한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여성 의원의 보라색 미니스커트가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좌’나 ‘우’가 아니라 ‘앞’이 더 문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