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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미국엄마는 한국식 좋다는데

양선희
논설위원
타임지 최근호(5월 21일자) 표지엔 늘씬한 모델이 다 큰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제이미 린 그루메와 그녀의 세 살 난 아들이다. 커버스토리 제목은 ‘당신은 엄마 노릇 제대로 하나(Are you mom enough)?’이다. 최근 미국에 유행하고 있는 ‘애착육아(attachment parenting)’를 다룬 것이다. 이 육아방식의 3대 행동강령은 모유 수유, 아이와 함께 자기, 포대기 등으로 업고 다니기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우리나라 전통 육아방식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 이런 동양의 육아방식이 소개된 것은 1992년 빌과 마사 시어스 부부가 쓴 육아책이 나오면서부터다. 이는 20년 남짓 되는 동안 마돈나 같은 톱스타부터 일반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단다.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니콜 키드먼 등이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돌아다니는 장면이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유럽의 육아 쇼핑몰에서는 ‘포대기(the Podaegi)’라는 이름으로 우리 포대기를 팔고, 서양인들끼리 포대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공유한 지는 꽤 됐다.

 이 같은 애착육아는 최근 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업어 키운 아이의 뇌가 더 발달하고, 모유를 먹고 엄마와 붙어 지내는 아이들이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사회활동도 더 잘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세까지는 기본이고, 심지어 7세까지 젖을 먹이는 서양 엄마들도 있단다.

 세 살 이전의 경험이 한 인간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오래 된 이론이다. 유아교육에선 24개월까지 형성된 애착관계가 아이의 이후 신뢰감 형성과 정서적 안정, 사회성 발전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이 기간 동안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비로소 혼자서 놀기 시작하고, 다음 단계인 자율성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애착관계 형성이 불안정한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를 쓰고, 자율성과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애착관계의 형성 방법은 바로 스킨십이다. 캥거루처럼 품어 안고서 이 지구라는 별에 떨어진 새 생명체에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는 신뢰감을 꾸준히 심어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데 이렇게 서양에선 우리 전통 육아방법을 베끼며 애착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반대로 간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우리나라 0~2세 영유아 74만여 명이 어린이집에 다닌다. 2월 말 57만여 명보다 29%쯤 늘어난 것이다. 3월부터 시작된 0~2세 무상보육정책의 영향이다. 이 정책은 ‘복지사회 건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긴 하나 실로 많은 엄마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16개월 된 아이를 둔 한 전업주부는 최근 어린이집에 신청했다고 했다. “너무 어려서 보내야 하나 한참 망설였다. 그런데 주변 엄마들이 권리를 못 찾아먹는 건 바보라고도 하고, 개인 시간도 갖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잘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내려놓지 못한다. 만원이 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직장맘들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 수가 너무 늘어 옛날보다 아이를 덜 안아주고 제대로 돌봐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편 직장여성들 사이에선 “0~2세 시설 보육보다 육아휴직을 2년으로 늘리고, 이를 보장하는 게 국가 장래에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유아 시설보육에 대한 께름칙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민간 어린이집들도 불만이 많다. “0~2세 가정보육시설만 혜택이 늘고, 3~4세를 보육하는 민간 어린이집은 이득이 못 미치고 규제가 늘었다”며 아우성을 친다. 그러면서 민간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매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서양 엄마들은 우리 포대기까지 찾아내 아이를 더 몸에 붙여놓지 못해 안달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시설보육에다 이권다툼 대상으로 내몰린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기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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