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애끊다 / 애끓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7B33>)는 남의 애를 끊나니.” 충무공 이순신의 유명한 우국(憂國) 시조다. 나라가 어찌 될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데 밤중에 들려오는 한 곡조의 피리 소리가 얼마나 처연했으면 ‘애를 끊나니’라고 했을까.

 ‘애’는 ‘창자’의 옛말이다. ‘애를 끊나니’라는 표현에서 그 슬픔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애끊다’는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한’ 상황에 쓰이는 말이다. ‘단장(斷腸)’이란 말도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을 뜻한다. 흔히 ‘단장의 슬픔[비애]’처럼 쓰인다.

 “청령포 안의 단종(端宗) 어소(御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마주한 소나무들 중 몇 그루는 담장을 넘어 큰절을 올리듯 절묘하게 굽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니 나 또한 마음의 큰절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소를 나와 내딛는 걸음마다 단종의 애끓는 마음이 알알이 닿는 느낌이었다.”

 예문의 ‘단종의 애끓는 마음’ 자체는 틀린 표현이 아니다. ‘애끓다’는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 듯하다’라는 뜻이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임금 자리에서 밀려나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당한 단종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애끓는 심정’이기도 했겠지만 애가 끊어질 듯 매우 슬프지 않았을까.

 ‘애끓다’와 ‘애끊다’는 ‘끓다’와 ‘끊다’에서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애끓다’는 걱정·분노·울분·원망 등으로 속이 끓거나 타는 듯한 상태를, ‘애끊다’는 슬픔이 극한에 이르러 마음이 쓰리고 아픈 상태를 가리킨다.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