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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우 화랑가]이보람 ‘애도에의애도’ 마이클슐츠





【서울=뉴시스】유상우의 ‘화랑가’



화가 이보람(32)은 전쟁 사진을 그린다. 전쟁이나 테러 보도사진들을 수집해 이미지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분류해 작업한다. 자료 수집에서 그리기까지 모든 과정은 ‘지우기’를 동반한다. 사진 너머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현실에서 잘려 나온 인물들의 피부는 모두 회색으로 탈색되고 눈은 지워진다. 붉은 피만 원래의 색을 유지한다.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분홍빛이다. 분홍은 ‘사랑’을 상징하지만, 그 때문에 가장 상업적인 색이기도 하다. 감정이 담겨있는 듯 따뜻해 보이나 사실은 텅 비어있는 색으로 현대인이 지닌 가벼운 죄의식과도 닮아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 인터넷의 수많은 게시판에 계속해서 게재되는 전쟁 보도사진 안에 피 흘리는 희생자들과 불타는 도시의 사진들을 본 순간부터였다.” 작가는 클릭이라는 단순한 동작으로 방에서 편하게 그들의 가장 고통스러운 얼굴들을 마치 풍경 사진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는 행동에 불편을 느꼈다.



자신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방관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감추려는 듯 자신을 그림 속에 집어넣고 흔적을 남긴다. 최근 작업에서는 희생자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생고기가 연상되는 붉은 제단과 제단을 휘감고 있는 텍스트 리본이 나타난다.



흰색 리본 위에 중복되거나 지워진 보도사진의 캡션, 단어들이 순서가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 혼란스러운 상황의 연출은 전쟁의 현실이 보도되는 순간과 소비되는 순간의 과정 사이에서 왜곡된다. 또 텅 빈 이미지로 변화돼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그래서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표출한다. 피부색도 생김새도 옷차림도 전혀 다른 타인들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며 ‘여기에 있다’고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의 고통을 마치 감상하듯 ‘그곳’과는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죄책감이나 무기력함은 새로운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미디어의 환경 때문에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적인 경험을 감정의 소비, 죄책감의 소비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은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쟁의 상황을 접하고 느끼는 애환과 걱정, 공포감의 진실성과 뒤에 숨겨진 안도와 무관심, 무죄책감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테러당한 희생자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을 상징하는 분홍의 아름다운 색을 사용, 직설적으로 지적한다.



그림들에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심리가 반영된다. 작업의 시작점은 희생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수많은 대중 매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과연 본다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씨의 작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서울 청담동 마이클슐츠갤러리에 ‘애도에의 애도’란 제목으로 6월20일까지 작품을 건다. 최근 작품을 포함, 2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 서양학과를 나온 화가는 2009년 프라임 문화재단 1기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 지난해 송은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컷 아웃’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문화부 차장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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