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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50> 일본인 요시무라 다케시의 전북 고창 여행

선운사는 지은 지 1000년도 더 된 백제사찰이다. 선운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서 봄에는 동백, 가을에는 단풍이 멋지다고 한다.


한국어는 참 신기하다. 단어도 문법도 일본어와 매우 비슷해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대학 시절 내가 우연히 배운 한국어에 푹 빠진 이유다.

고인돌 찾아가다 빗길 헤매…낯선 이와 통하는 ‘특별한 경험’



한국말을 하고 싶어서 한국인 친구도 사귀었다. 2008년 처음 인천행 비행기에 오른 기억이 선명하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그 뒤부터 나는 틈날 때마다 한국을 드나들었다. 직장인이 되고서는 휴가 때마다 한국의 지방 도시를 쏘다녔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예 회사를 관두고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대체 한국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사로잡았을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문득 2년 전 다녀온 전북 고창 여행이 떠올랐다. 2010년 3월 나는 외국에 나가 있던 한국인 친구가 귀국한 걸 계기로 그의 고향인 고창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약 350㎞ 떨어진 고창은 동남쪽으로는 노령산맥, 서쪽으론 서해와 접한 작은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군이 있는 마을이다. 복분자술도 유명하다.



1 택시 기사 아저씨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도산리 243호 고인돌.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에 균형잡힌 모습이 아주 잘생겨 보였다. 2 여행이 일상이 된 내게 ‘역’은 친숙한 장소가 됐다. 3 선운사 가는 길에 다리 위에서. 선운산에 감도는 서늘한 공기가 상쾌했다.
오전 9시. 봄이 왔다고는 해도 서울은 아직 추웠다. 아침햇살에 몸을 녹이며 고창행 버스에 올랐다. 한국어가 많이 서툴 때였다. ‘무사히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일본어 가이드북에 코를 박았다.



출발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옆자리 남자 승객이 “일본에서 왔습니까?”라고 물으며 껌 하나를 건넸다. 나도 긴장이 풀어져 3시간30분 남짓한 여정 동안 더듬더듬 잡담을 나눴다. 짧은 한국어로 열심히 말했더니 상대방도 웃으며 편안하게 대해줬다.



고창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친구도 설마 외국인인 내가 고창까지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보자마자 그가 크게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의 차 조수석에 앉아 시골 풍경을 음미했다. 힘차게 질주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시내에서 20㎞ 정도 벗어나 선운사에 이르렀다. 선운사는 557년에 건립된 백제 사찰이다. 주변 일대가 선운산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봄에는 동백, 가을에는 단풍이 멋있다고 한다.



오솔길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자 작은 개울이 나왔다. 개울가는 서늘했다. 초봄과 늦겨울 기운이 뒤섞인 공기를 마시며 앙상한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우거진 선운산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가슴 가득 산뜻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다음 날 아침 혼자 고인돌군으로 향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았다. 고창고인돌박물관에는 일본인 안내원이 있었다. 박물관을 꼼꼼하게 견학하고 고인돌군 탐방을 나서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슬비가 내렸다. 관람열차 운행이 중단돼 박물관에서 가까운 곳만 둘러보기로 했다.



완만한 언덕배기를 따라 작은 고인돌이 무수히 놓여 있었다. 작다고는 해도 어른 서너 명이 양팔을 벌려 껴안을 만한 크기였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권력자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며 이 돌을 날랐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규모가 더 큰 고인돌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날씨가 점점 궂어져 악천후 속을 걷기가 힘들었다. 아쉬움을 품고 뒤돌아섰다.



택시를 타니 기사 아저씨가 고인돌을 봤느냐고 물었다. 제대로 못 봤다고 하자 “좋은 곳이 있다”면서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샛길로 안내했다. 택시는 아담한 마을로 들어서더니 낮은 구릉을 올라 오래된 민가 앞에 멈췄다. 기사 아저씨가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뒤따랐다. 정원에 줄지어 선 큰 항아리들을 지나 집 뒤쪽으로 가니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아주 잘생긴 고인돌이 있었다. 바로 고창 북방식 고인돌의 대표 격인 ‘도산리 2443호 고인돌’이었다.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즐겁다.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기쁨도 크다. 그중 하나가 길에서 만난 사람과의 짧은 대화다.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낯선 이도 금세 친한 사이가 된다. 고창에서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만끽했다. 고창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건 아니었지만, 고창은 이후로 두고두고 내 가슴의 한구석을 차지했다. 한국 여행의 묘미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한국 곳곳을 쏘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리=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요시무라 다케시(吉村剛史)



1986년 일본 출생. 대학 시절 외국어로 수강한 한국어에 마음을 빼앗겼다. 도쿄 한일교류회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2008년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이듬해부터 혼자 한국의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만난 낯선 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취직하고서도 휴가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결국 사직서를 내고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립대 어학당에 다니면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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