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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다리 팍팍해지면등구령 쉼터서 구절초 식혜 한 잔

남원 산내면 중황리에 있는 상황마을의 풍경. 모내기를 앞둔 다랭이 논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보러 가는 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다 보면 지리산 자락에 얹혀 사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지리산 자락에 밴 숱한 역사의 흔적을 목격하게 된다. 지리산 종주가 지리산 자체를 체험하는 일이라면,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건 지리산 자락의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제주올레처럼 코스에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 대신 마을 이름으로 표기한다. 지리산둘레길의 본 뜻이 지리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어서다.

역사·문화·자연 만나는 지리산 둘레길 20개 코스



1 둘레길 코스 곳곳에는 이정표와 함께 알록달록하게 표시된 지도가 서있어서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2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놓은 무인 매점. 평상에다 직접 수확한 팥과 곶감 등 주전부리와 돈통을 놓고 알아서 사가도록 한다.3 활짝 피어난 작약을 옆에 끼고 순례자들이 걷고 있다. 4 대나무 숲길을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 이음단의 모습
길이 시작되다: 지리산둘레길 북쪽



(주천~운봉~인월~금계~동강~수철)



전북 남원 주천에서 시작해 경남 함양을 거쳐 산청군 초입에 이르는 약 70㎞ 구간이다. 지리산둘레길 중에서 제일 먼저 열린 길이다.



주천~운봉~인월 구간은 거의 평지다. 주천 구룡치 숲길을 지나면 논밭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적당한 숲길과 들판길이 어우러진 이 길은 조선시대 관로 ‘통영별로(통영~전주~서울)’가 지나던 길이다. .



인월~금계 구간의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부터 함양군 창원마을까지 길이 지리산둘레길의 효시다. 2004년 지리산 생명평화탁발순례를 마친 도법 스님이 지리산둘레길 조성을 제안했고 이 뜻을 받들어 2007년 (사)숲길이 꾸려졌다. 그 이듬해 이 길이 시범구간으로 처음 열렸다.



상황마을부터 창원마을로 넘어가는 등구재는 전북과 경남의 경계다. 행정구역은 달라도 두 마을의 풍경은 비슷하다. 다랭이 논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논을 오르내리는 샛길이 가르마처럼 이어진다. 등구재로 향하는 길목엔 지리산둘레길 최초의 주막 ‘등구령 쉼터’가 있다. 처음엔 평상 하나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비닐하우스 세 동이 들어서 제법 규모가 된다. 등구령 쉼터에서 구절초 식혜 한 잔 들이키고 등구재를 넘으면 상황마을에 다다른다.



창원마을을 지나면 금계~동강 구간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 용유담(龍遊潭)이 있다. 조선시대 지리산을 유람하던 사대부가 잠시 쉬어 유흥을 즐긴 곳이라는데, 지리산 댐이 들어서면 수몰된다고 한다.



용유담을 지나면 동강~수철 구간 내 점촌마을이 나온다. 진분홍빛 작약이 활짝 고개를 내민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이 나타났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무장공비 토벌을 이유로 자행된 양민 학살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지리산둘레길 곳곳에선 지리산의 슬픈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지리산 사람을 만나는 길: 지리산둘레길 동남쪽



(수철~어천~운리~덕산~위태~하동호~삼화실~대축)



지리산 동남쪽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코스 대부분이 지난해 개통됐다. 크고 작은 고개를 잇따라 넘어야 해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는 않다.



수철~어천 구간은 경호강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강을 따라 걷다 풍현마을에 들어선다. 여기에 성심원이 있다.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한센인 요양시설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미사에 참석할 수도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한센인이 지리산에 들어와 몸과 마음을 치유했듯이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성심원을 지리산둘레길에 넣었단다. 성심원의 사회복지사 곽경희씨는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분들이 성심원에 들르면서 성심원 어르신들도 정말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어천~운리~덕산~위태까지는 재를 넘나드는 구간이 이어진다. 특히 어천~운리 구간은 지리산둘레길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 해발 800m가 넘는 웅석봉 턱밑까지 올랐다 운리마을로 내려온다. 하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중태마을에는 실명제 안내소가 있다. 지리산둘레길 주변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실명을 적고 안내소를 지나간다.



위태~하동호 구간 중간에 양이터재가 있다. 양이터재에서 낙동강과 섬진강 수계권이 갈라진다. 여기서 나오는 물이 북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된다. 양이터재에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다. 애초에는 방풍림으로 심었다는데 지금은 사람과 집은 다 없어지고 무성한 대나무 숲만 남았다. 양이터재를 걷는 내내 계곡물 소리가 우렁찼다. 느티나무·참나무·소나무·다래나무 등 키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줬고, 낙엽이 두껍게 깔려 지친 발바닥을 위무했다.



하동호~삼화실을 거쳐 대축마을에 들어섰다. 대축마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암송이 있다. 3m가 넘는 거대한 바위를 뚫고 자라난 소나무의 기상에 절로 감탄이 터진다. 대축마을은 매년 백중(음력 7월15일)에 문암제를 지내고 잔치를 벌인다. 지리산둘레길 하동센터가 있는 하동읍부터 지리산둘레길 주 노선으로 진입하는 서당마을까지 지선은 올해 새로 열린 코스다.





섬진강 따라 흐르는 길: 지리산둘레길 남서쪽



(대축~원부춘~가탄~송정~오미~난동·방광~산동~주천)



대축에서 오미에 이르는 65㎞ 길이 올해 새로 개통된 구간이다. 화개장터·최참판댁·쌍계사·피아골 등 지리산 남서쪽의 유명 관광지 근처로 둘레길이 지난다.



대축~오미 대축 마을에서 나오면 악양천 강둑을 따라 길이 이어지다 평사리 들판을 만난다. 연녹색부터 짙은 갈색빛까지 모자이크 마냥 짜인 밭뙈기가 정겹게 늘어서 있다. 여기서 입석마을까지는 길이 두 갈래다. 평사리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과 동정호와 부부송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드넓은 평사리에 뿔처럼 툭 하고 솟아있는 부부송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하동읍부터 구례읍까지는 발 아래로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대축~원부춘 구간에서 입석마을부터 원부춘마을까지 길은 옛 이야기로 풍성하다. 주인집 아씨를 사모하던 머슴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자살을 했다는 ‘머슴바위’, 아무리 가물어도 샘이 마르지 않아 나무 하던 일꾼의 목을 축여줬다는 ‘독새미’ 등…. 발길 닿는 데마다 이야기가 있다. 입석마을 뒤편 웃재 고갯길은 40년 만에 지리산둘레길로 재탄생한 옛길이다. 그 옛날 나무하러, 뽕 치러 넘나들었던 옛길에는 지금도 감나무며 밤나무·매실나무가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서 있다.



원부춘~가탄 구간에서는 화개골 차밭 풍경을 즐기며 걷는다. 형제봉 임도 삼거리를 지나 능선을 따라 오르면 정금차밭이 나온다. 산안개 내려앉는 이른 아침이면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가탄~송정 구간은 십리벚꽃길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화개장터에서 버스를 타고 화개중학교에 내리면 지리산둘레길에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이 구간 사이에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목아재~당재 지선이 있다.



송정을 지나면 오미마을에서 길이 갈라진다. 화엄사·천은사에 진입할 수 있는 길(오미~방광)과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오미~난동)이다. 오미~난동 구간은 섬진강을 옆에 끼고 걷는 유일한 구간이다. 넉넉하게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난 길을 걷다가 지류인 서시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 길은 봄이면 벚꽃·복숭아꽃·원추리꽃이 만발한다.



두 길은 난동마을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산수유 축제로 유명한 산동면을 지나 밤재에 오른다. 1988년 밤재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내왕이 잦았던 길이지만 사람의 왕래가 끊긴 지금은 울창한 원시림 속에 숨어 있는 소박한 샛길이 됐다. 밤재를 내려오면 주천마을이다. 비로소 지리산 둘레 한 바퀴를 돌았다.



글=손민호ㆍ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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