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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300㎞ 벤틀리, 만들 때는 슬로~ 슬로~

1 크루 주변의 국도에서 벤틀리를 시승했다. 맨 왼쪽이 플라잉스퍼, 나머지는 뮬산이다.
2 수작업이 많아 생산은 느리게 진행된다.
3 가죽은 37시간의 바느질을 거쳐 벤틀리의 속살로 거듭난다.
4 공장에선 하루 20여 대의 벤틀리를 만든다.




스티어링휠 꿰매는 데 15시간
우드패널, 3주 건조 5겹 광택

지난달 24일,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의 크루에 자리한 벤틀리 공장. 겉모습은 낡고 허름했다. 반면 실내는 깨끗하고 현대적이었다. 최근 5억 파운드(약 9250억원)를 들여 단장한 결과다. 생산라인을 따라 각양각색 벤틀리가 느릿느릿 흘러갔다. 각 공정의 간격은 12분이다. 일반 자동차 공장보다 훨씬 느리다. 수작업 공정이 많기 때문이다.



조립 라인을 통틀어 로봇은 10여 대뿐이다. 그래서 거칠고 시끄러운 소음이 없다. 4000여 명의 직원은 주 4일만 근무한다. 공장에선 하루 20대 안팎의 벤틀리가 완성된다. 지난해 생산대수는 7000여 대, 올해 목표는 8000대다. 벤틀리는 뮬산을 뺀 전 차종의 최고시속이 300㎞를 넘는 초고속 차다. 하지만 만드는 속도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느렸다.



벤틀리 디자이너 김보라씨.
조립공정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우드 패널 만드는 과정에서 ‘느림의 미학’은 절정을 이뤘다. 우선 나무 한 그루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부위를 박편으로 썰어 3주간 말린다. 그리고 다시 절반으로 쪼개 두께 0.6㎜의 패널을 만든다. 벤틀리 나무장식의 표면무늬가 정확히 좌우 대칭을 이룬 이유다. 이 패널을 나무틀 위에 씌운 뒤 5겹으로 칠하고 광을 낸다.



벤틀리는 최고급 세단인 뮬산 한 대의 실내를 꾸미는 데 황소 16~17마리분의 가죽을 쓴다. 가죽은 37시간에 달하는 바느질을 거쳐 벤틀리의 뽀얀 속살로 거듭난다. 스티어링 휠에 가죽을 씌워 꿰매는 데만 15시간이 걸린다. 나무는 한 그루에서 4㎡만 추려 5주에 걸쳐 가공한다.



벤틀리 공장 옆엔 작은 박물관이 자리한다. 여기엔 벤틀리의 미래를 상징하는 콘셉트 모형이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 김보라씨의 작품이다. 홍익대 미대와 영국왕립예술학교(RCA)를 졸업한 뒤 벤틀리 디자이너로 거듭난 그는 “벤틀리는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를 압도하는 몇 안 되는 자동차 브랜드”라고 귀띔했다.



공장을 둘러본 뒤 뮬산을 시승했다. V8 6.75L 트윈터보 엔진이 104.1㎏·m의 토크를 뿜을 때마다 굽이친 도로가 빨려 들어오듯 들이닥쳤다. 뮬산의 나긋나긋한 서스펜션은 영국 시골길과 환상적인 궁합을 뽐냈다. 실내는 호화롭고 편안했다. 가속할 때마다 정적이 물러나고 나지막한 포효가 스몄다.



롤스로이스는 1931년 벤틀리를 인수했다. 46년 이후 둘은 크루 공장에서 함께 생산됐다. 98년 폴크스바겐 그룹은 벤틀리 브랜드와 공장 및 직원, BMW는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사들였다. “당시 몇 명 빼곤 전부 크루에 남았어요. 롤스로이스 새 공장이 자리한 굿우드는 물가가 워낙 비싸거든요.” 벤틀리에 32년째 몸담고 있는 나이젤 로프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아들과 딸도, 벤틀리에서 일한다.



크루(영국)=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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