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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눈높이 통일콘서트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차장
“북한이 훨씬 좋아요. 침대에서 자고 아침엔 소시지에 계란프라이도 배불리 먹었어요.”



 10년 전 금강산 관광길에서 만난 한 시골 초등학생은 뜻밖의 말을 했다. 북한 실상을 현장 체험한 소감을 묻자 남한보다 북한이 더 잘산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잘못은 학생이 아니라 인솔교사에게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그들이 먹고 잔 곳이 북한이 아닌 한국기업 현대가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호텔이란 점을 설명해주지 않은 것이다. 통일교육을 표방한 금강산 수학여행이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속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현대의 적자를 메워주려 국민세금으로 초·중·고생 등 1300만 명에게 금강산 관광을 지원하는 목표를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니 ‘북한 바로 알기’는 공염불이 돼버린 것이다.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접근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3대 세습 비판과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제대로 된 통일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일부가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마다 발간하는 통일교육 기본교재는 딱딱하고 고루한 내용 때문에 외면받는다. 이런 부실투성이 통일교육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경찰이 폐쇄 조치한 281개 친북 사이트 중 초·중학생이 운용한 곳이 37개였다. 운영자 8명 중 한 명꼴로 초·중생이란 얘기다. 종북(從北)성향으로 지목된 대학생 단체가 정치판 행동대로 등장하고, 군대까지 그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도 결국 통일교육의 문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청소년·학생층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방식이 필요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최근 전국 5개 대학에서 실시한 ‘생생(生生) 통일콘서트’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소통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4일 부산 한국해양대를 시작으로 경남 진주, 제주, 전북 전주를 거쳐 23일 강릉원주대(강원 강릉)로 이어진 콘서트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대학생층의 관심을 끌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들려주려 금지곡인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잡혀갔다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씨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와 공연에 학생들은 울고 웃었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대표는 “난 한국사를 공부해 코리아가 1000년 이상 통일된 상태로 있었다는 걸 잘 안다. 분단은 한국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돋보인 ‘한줄 통일생각’은 공감을 자아냈다. 기관장이 직접 나서 장황한 강연을 하거나 ‘북한은 나쁘다’는 결론을 강요하는 여느 행사와는 차별화된 시도였다.



이런 성공은 남성욱 사무처장과 직원들이 한 달간 사례연구를 거쳐 리허설까지 하는 꼼꼼한 준비 끝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벌써부터 초·중·고생을 위한 맞춤형 콘서트를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는 얘기다. 통일콘서트의 성공은 청소년·학생 통일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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