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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노인은 없다

양선희
논설위원
“65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뭔가?”



 이 질문은 그동안 뿌리 깊은 내 고정관념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 생각한 근거는 없었다. 다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60대 노인’이라 했고, 우리 사회는 60대 이후를 은퇴자의 삶으로 규정해 부양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그 나이가 되면 노인이 되나 보다 생각했다. 질문을 던진 노화연구의 권위자 박상철 가천대 교수는 말을 이었다.



 “일본의 도쿄도립노인종합연구소가 추적 관찰해보니 1977년 70세의 건강상태가 2007년엔 87세의 그것과 비슷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 우리나라엔 이런 종적 연구 결과는 없지만 임상 경험으로 볼 때 지금 65세의 건강상태는 과거 50대쯤 될 걸. 한마디로 장년층이지. 노화 측면에서만 보자면 요즘 노인이라 할 수 있는 나이는 75세쯤부터 되지 않을까.”



 실제로 1960년만 해도 52세였던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08년 79.1세로 늘었다. 2020년께부터는 사망자의 주류가 90대가 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고된다. 하나 이런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잿빛이다. ‘늙어가는 사회’라고도 부른다. 노인 의료비와 부양 부담은 늘어나고, 노동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도 없고 병들고 고독하게 긴 생을 살아야 하는 노인들이 가득한 사회의 모습은 우울하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배반하는 연구결과는 계속 나온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건강노인 증가율이 장애노인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는 보고가 있다. 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수십 년 동안 관찰한 결과 고령사회가 진행될수록 연령대별로 당뇨·고혈압 등 질병으로 이행되는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고, 사망 직전에 비로소 질병이환율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장수고령사회가 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더 는다는 근거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어쩌면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우울한 전망은 우리의 통념에서 비롯된 착각일 수 있다. 지금 인류는 생체적으로는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전혀 다른 ‘신인류’로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60대 노인’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고령사회에 대한 대책과 준비는 복지정책과 노후생활대책으로 모아진다. 사회는 과거 장년층에 해당하는 60대를 부양하겠다고 나서고, 개인은 20~30년 벌어놓은 것으로 30~40년 남은 생애 동안 어떻게 쪼개 써야 할지 골머리를 앓는다. 그런 한편에선 생산인구의 감소를 우려하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 등 이민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령자 일자리는 소일거리나 자원봉사 같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쪽으로만 궁리된다.



 그런데 지금 60, 70대 중 힘이 달려서 일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하고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는 장영권(60)씨는 “여전히 100~150t 추레라를 운전하고 있지만 힘이 부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협력업체 등으로 옮겨 70세 넘게 일하는 선배도 많다”고 말한다. 그의 지금 수입은 기존의 65%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지금이 훨씬 풍요롭다. 나이가 들면 우울할 줄 알았는데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오직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의 수명 시계가 과거 30년쯤 일하고 적당한 노후생활을 하던 때와 달리 30년쯤 일하고도 20~30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고령사회가 아니라 장수사회다. 두 번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세상이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과 전략이 요구된다. 요즘 고민거리인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를 고령자 활용에서 찾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도 ‘고령자는 어르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두 개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궁리해야 할 거다. ‘나이 든다는 게 잘못해서 받는 벌’은 아니지만 두 번째 인생을 제대로 궁리하지 못하면 장수 사회는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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