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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최소한 논두렁 정기 받은 사람들 미우나 고우나 국회는 국회…손가락질보다 격려와 감시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직업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난다. 오라는 데는 적어도 갈 데는 많다. 기자라는 직업이 누리는 행복이다. 요즘 새삼 깨닫는 것은 사람에 따라 만난 뒷맛이 다르다는 점이다. 진한 감동이나 상큼한 잔향(殘響)을 안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칙칙한 기분을 영 떨치기 힘든 이도 있다. 드물게는 아, 참 기가 세구나 하는 사람을 만난다. 에두르지 않는 직정(直情)으로 자기 꿈과 세상에 대해 호방하게 털어놓는 사람을 만나면 밝고 씩씩한 기운을 흠뻑 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 오랜만에 국회에 가서 또 다른 경험을 했다. 의원회관 복도를 걷다가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오가는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 행정부 관료, 민원인들이 하나같이 기가 뻗쳐 있었다. 눈빛부터 달랐다. 불과 10여 년 전 나는 정치부 기자였다. 국회를 매일 드나들면서도 기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나도 거기에 속해서였을까. 하긴 그렇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 부딪히는 현장이다. 민원인만 해도 사방팔방 뛰어다니다 마지막으로 국회를 찾았을 것이다. 관료들은 예산안·법안 통과에 목을 맨다. 가장 갑(甲)인 국회의원도 법안 작업과 권력투쟁, 지역구 관리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누구 하나 눈에 불을 켜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느껴지는 기운을 나름대로 그렇게 풀이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는 게 여의도의 오랜 속설이다. 나도 수긍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하나같이 보통사람들이 아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처음 국회에 출입할 때는 정치 자체에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냉소를 거두었다. 비아냥대고만 있기엔 임무가 너무나 막중하다. 국회의원도 사람이니 서부영화 제목처럼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이 섞여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 추키고 나쁜 사람 솎아내고 추한 사람 단장시켜 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이런 작업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다음 달 15~16일 서울 남산의 유스호스텔에서 ‘대한민국 민회(民會)’를 연다. 여야, 진보·보수로 갈려 싸움질하기 일쑤인 국회에 자극을 주자는 모임이다. 지역별로 60명, 비례대표 40명, 도합 100명의 민회 의원이 이틀간 회의를 열고 결과물을 갓 개원한 19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의원은 보수·중도·진보·녹색(환경)의 네 가지 이념 성향으로 안배하기로 했다. 토론 의제는 개헌, 교육,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 한반도 평화와 통일, 경제민주화 등 다섯 가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보수·진보 원로인사들이 지도위원으로 참여한다. 미우나 고우나 국회는 국회다. 닷새 후 19대 국회 임기 시작이다. 매번 괜히 뽑았다 탄식만 하지 말고 제대로 감시하고 밀고 끌어주자.



글=노재현 기자

사진= 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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