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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규제 전봇대’ 700개 뽑더니 그만큼 심었다

김태윤
한국규제학회 회장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금융위기의 엄청난 충격 속에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규제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규제 전봇대’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의지는 국가경쟁력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를 두 축으로 강력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규제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약 700개에 달하는 규제가 개선되거나 폐지됐고, 그 결과 국민 편익의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현 정부가 대기업 특혜성 규제만을 개선했다는 국민 인식과는 달리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은 전체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 14%, 공통적 기업환경개선 30%, 국민편익 제고 등 51%). 현 정부가 대기업 편향적 규제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 새롭게 늘어났거나 강화된 정부의 규제 수 역시 폐지됐거나 개선된 규제사무의 수와 거의 동일하다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규제가 신설·강화된 것 자체가 반드시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규제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신설·강화된 규제의 절반 정도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이렇게 신설·강화된 규제 중에서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93건이 경제적 규제다. 특히 피규제자가 기업집단인 경우가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경제적 규제 중에서 시장기능에 부합하지 못해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규제가 100건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국회가 출범하고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올 하반기에는 정부 정책들이 완전히 그 방향성을 잃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구호로는 국리민복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의심되는 선심성 공약이 무성할 것이고, 소수의 특수이익이 다수의 편익으로 둔갑하기도 할 것이며, 엉뚱한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소위 묘안들이 난무할 것이다. 결과는 언제나 그리했듯이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면서 효과는 없는 불량규제, 함량 미달 규제, 책임회피용 규제들이 마치 무슨 새로운 아이디어인 양 회자하고 또 정책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때일수록 규제개혁의 제도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규제 신설과 강화를 근본적으로 통제하는 정부와 의회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각 부처가 보다 나은 규제를 설계하도록 유인할 것인지, 기존 규제의 품질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와 제도화가 한층 더 필요한 시점이 됐다.



 안전·형평성·공정성·공생·권리 등 실질적으로 구현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사회적 요구를 ‘규제’라는 단순한 수단으로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섭섭하지만 분명히 그렇다. 게다가 이런 과제에 대응하기에는 대부분의 정부는 매우 무능하며, 또 많은 경우 그럴 의지도 겉보기와는 달리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관찰이다. 지금의 우리 경제와 사회 수준을 이끌어온 민간과 시장의 자율적이며 자발적인 역량을 믿고 장려해야 한다.



김태윤 한국규제학회 회장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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