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대학로 장기 공연 무대엔 이유가 있다

거창한 쇼에 집중하기 보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힘을 실었다는 것이 흥행 장기공연의 공통점이다. 왼쪽은 뮤지컬 ‘빨래’, 오른쪽은 ‘김종욱 찾기’의 한 장면.




보편적 삶에 대한 공감과 늘 신선한 이벤트 합작품

가히 뮤지컬 춘추전국시대답다. 5월 현재,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뮤지컬만도 360개가 넘는 상황. 대형 라이선스 공연들로 꽉꽉 채워진 예매 페이지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공연들이 있다. 한 달 전에도, 1년 전에도, 7년 전에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던 장기 공연들이다. ‘빨래’‘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이하 오 당신)’의 대표 매니어 관객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학로 터줏대감들의 흥행 비결은 무엇입니까?”



일상 치유 뮤지컬 ‘빨래’=‘재 관람 관객이 없으면 장기 공연도 없다’는 말이 있다. 반복 관람 관객을 잡는 건 오픈런 공연의 숙명이다. 뮤지컬 ‘빨래’는 2005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약 31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이러한 수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2008년부터 모아둔 ‘빨래’의 티켓만도 90장이 넘는 김수민(29)씨다. 김씨는 ‘빨래’ 이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공연을 관람하는 ‘무대 매니어’다. ‘빨래’는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올 땐 일주일에 한번, 그렇지 않은 날엔 한 달에 한번 정도 관람한단다.



 극은 서울 달동네에 사는 강원도 출신의 스물일곱 살 처녀 ‘나영’이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몽골 출신불법 체류자 ‘솔롱고’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된다. 여기에 아픈 딸의 기저귀를 빨며 눈물을 참는 욕쟁이 ‘주인 할매’와 애물단지 애인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버리는 ‘희정 엄마’, 순대 속처럼 메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아줌마’와 같은 대한민국 소시민들의 삶을 담아냈다.



 김씨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다고 한다. 아침 출근 길에 우울한 마음이 들 때면 김씨는 자연스레 ‘빨래’를 생각한다. “위로 받는 기분에, 보고 나면 기분이 맑아진다”는 그는 “빨래를 보면 내 마음까지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이들도 느끼기에 이 공연이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지금 여기, 서울을 살아가는 내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내가 갖고 있는 고민에 따라, 배우들의 그날 기분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른 기분을 안고 돌아온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알콩달콩한 남녀간의 연애감정에 초점을 맞춘 ‘김종욱 찾기’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오 당신’. 이 작품들 역시 누구나 한번쯤은, 어쩌면 매일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담았다는 면에서 ‘빨래’와 통한다. ‘김종욱 찾기’로 뮤지컬 관람에 재미를 붙였다는 이현진(28)씨는 “1인 22역을 하는 ‘멀티맨’의 디테일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오 당신’ 공연의 다수 관람자인 최창영(31)씨는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가족 정서, 눈물 코드, 웃음 요소를 잘 버무렸기에, 여태껏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싶다”며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다음달 5일에 새로운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김종욱 찾기’는 지난달 이색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김종욱’을 공개했다. 재 관람 관객들에게는 ‘새 시즌의 김종욱은 누가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기획사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욱의 대표 이미지 단서들을 수집했다. 그리곤 지정된 날, 아직 공개 되지 않은 캐스팅 주역들을 이에 맞게 치장시키곤, 그들을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 내보내 ‘새로운 김종욱’을 팬들이 직접 찾아보라는 미션을 줬다. ‘새로운 김종욱’인 강동호와 윤석현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다음달 1일 영등포에서 새로운 앵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오 당신’ 역시 어떤 이벤트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지 관객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있어도 공연을 보면 에너지를 얻는다”는 ‘오 당신’ 매니어 김신옥(24)씨의 말처럼, 소리 없이 강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들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가길 기대해 본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명랑씨어터 수박, CJ E&M>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