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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벽 넘어 ‘또 다른 삶’ 로망 이룬 세 남자 (1)

자신이 좋아하는 ‘또 다른 일’을 실행에 옮긴 남성들. 왼쪽부터 강레오·황인철·이영씨.




꿈도 직업도 놓칠 수 없었다
이중생활은 열정의 다른 이름

#이른 아침, 서울 신촌의 한 도장에서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목검을 휘두르고 있다. 이윽고 정중한 인사와 함께 약 30여분간의 시합이 끝났다. 야성미 넘치는 도복의 사나이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스타 셰프, 강레오(36)씨다.



#같은 시간,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는 말끔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진료에 몰두하고 있다. 차트를 뒤적이고 내원한 환자를 돌보는 손길에서 세심함이 느껴진다. 진료가 끝나고 몇 시간 뒤, 흰 가운을 벗은 의사 황인철(40)씨는 삼성동에 있는 한 카페의 사장이 됐다.



#매일 아침 아기자기한 캐릭터 모양의 도시락을 만드는 남자 이영(43)씨. 캐릭터 도시락 제작자인 그는 하루 최대 약 10만명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여러 문화센터에서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비법을 강연하기도 하는 그는, 일상에서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샐러리맨이다.



 이처럼, ‘또 다른 삶’을 병행하는 남성들이 주목 받고 있다. 주된 직업 외에, 일견 힘들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별도의 일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들 세 명 열혈남들의 ‘또 다른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과 통하는 점 있거나, 취미가 발전하거나



 직업 외에 별도의 ‘좋아하는 일’도 같이 잘해나가겠다는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이 중 ‘현실’이라는 벽을 극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막상 하게 되더라도 본래 직업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태원에 자리한 마카로니마켓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이자 대한합기도회 이사인 강레오씨는 요리와 무도라는 다소 상이한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하지만 강씨에게만큼은 이 두 가지 일이 다르지 않다. 모두 ‘도제’(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사람)로 시작해 ‘대가(大家)’가 되는 과정을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요리와 합기도는 초심을 유지하며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사 황인철씨의 경우에는 특유의 가정적인 면이 두 가지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시초가 됐다. 순천향대학교구미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 아내를 위해 처음 요리를 시작했고 지금은 카페 사장까지 됐다. 그의 요리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를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또한 캐릭터 도시락 제작자인 이영씨는 ‘즐거운 하루’를 위해 ‘캐릭터 도시락 제작자’ 역할을 놓지 않는다. 전국의 출근하는 샐러리맨과, 등교해야 하는 자녀들이 캐릭터 도시락을 보며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인 것. 처음 딸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캐릭터 도시락은 어느덧 수백만 명 사람들이 주목하는 블로그‘담덕공자의 캐릭터 밥상 (blog.naver.com/king700203)’에 포스팅 되고 있다.



10년, 20년 후 꼭 이룬다는 생각으로 준비



 이들처럼 두 가지 멋진 삶을 사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조건이 갖춰지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긴다면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는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당장 몇 달, 혹은 몇 년이라는 단기적인 시각에 얽매어 있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당장은 요원해 보여도 10년, 20년 후에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으로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시간 손실이 많은 우회로를 피할 수 있다.



 한편으로 수명이 길어지는 요즈음 ‘또 다른 삶’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젊어서 직업에만 치여 살다가 나이가 들고나서 갑자기 여행, 예술 같은 취미생활을 시작하려 하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정 교수는 “남자들은 은퇴할 때가 되면 종종 위축되는데, 미리 준비하면 이런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록환·한다혜 기자 rokany@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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