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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것에 멋…소박한 풍류에 흠뻑 빠졌어요

전통자수공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김소진 작가는 하루도 바늘을 놓지 않을 만큼 열정이 가득하다. [사진= 조영회 기자]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시간이 지나도 그 힘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죠. 갈수록 이런 문화가 없어지는데 작게나마 한 몫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의 멋을 간직한 정결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내 삶의 빛깔] 전통자수공예 작가 김소진



 전통자수공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아가씨가 있어 화제다. 한땀 한땀 섬세함이 스며드는 전통의 멋에 끌려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벌써 개인전까지 열 정도로 옛 모습을 재현해 내는 일이 마냥 즐겁다는 김소진(30·불당동) 작가. 젊은 나이에 전통자수를 업으로 삼은 김 작가를 보고 주변에서는 놀라기도 하고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실에 격려도 해주곤 한다.



 하루도 바늘을 놓지 않을 만큼 열정이 가득한 김 작가는 개인 전시회 기회도 빨리 잡았다. 전통자수를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부여가 되지만 그 소박한 바람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4월 30일 전시회가 끝나자마자 강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 바늘과의 인연은 아직 짧지만 그 동안 감각이 쌓이고 기술이 쌓이고 인맥이 쌓이면서 남들보다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목요일 오전에 2시간 30분 수업을 해요. 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다반사죠. 전통자수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2주 정도 걸려요. ‘쌍호흉배’는 꼬박 두 달 걸렸어요. 가끔은 애증이 교차할 때도 있지만 계속할 수 있는 힘은 결과물이죠. 노력과 수고의 대가가 눈에 보이니까요. 근래 증반 요청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답니다.”



 김 작가의 작업실은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즐거움 갤러리에 있다. 일주일 내내 이곳에 머문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박쥐·모란·십장생·연꽃·난초·석류 등의 문양을 담은 작품들이 벽면에 채워져 있다. 바탕 천 위에 피어난 하얀 꽃과 붉은 석류는 살아있는 듯 정교하다. 전통자수의 특징을 살려 가장자리를 마무리해 주는 이음수로 생동감을 살린 덕분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 쓰이는 재료는 주로 실크를, 실은 견사를 이용한다. 꼬인 상태에 따라 푼사·반푼사·꼰사를 사용하는데 문양이나 사용처에 따라 실을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손 한번 잘 못 놀리면 그 자리가 표시 날 정도로 예민한 전통자수와는 달리 정겨움을 주는 야생화자수도 눈에 띄었다.



 생활자수로는 도장집을 전통자수와 일반 자수를 합쳐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성 들여 만든 보자기에 물건을 싸면 복이 모인다’고 믿었던 옛 사람의 마음이 담긴 보자기도 보였다. 다포·방석·쿠션·앞치마 등 주로 면을 이용해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만들어 낸다.



 “전통자수는 주로 여성들에 의해서 행해졌던 생활미술인 경우가 많아요. 궁에서 사용된 궁수나 종교행사 시 사용됐던 의식용 자수도 있죠. 하지만 주로 민가에서 만들어져 현재의 삶이 행복하길 바라곤 했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작은 것에도 멋을 잃지 않는 풍류가 있었죠. 이것이 바로 전통자수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자수의 매력에 빠져든 김 작가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자수를 배울 생각에 천안·아산 곳곳을 헤맸다고 한다. 마땅히 배울 곳을 찾지 못하던 김 작가는 인터넷카페 ‘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와 인연이 닿았다. 규방공예·자수·매듭 등을 나누는 전문카페로 우리 것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터였다. 왕초보였던 김 작가는 그곳에서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후 서울·경기 지역에서 열리는 회원전을 찾아가 눈으로 먼저 익혔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자수에 대한 열망은 깊어져 갔다. 마침 단국대 평생교육원 규방공예 과정이 눈에 띄었고 이때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는 생활의 어려움은 있지만 지금의 일이 소비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요. 지금보다 10년 후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내공은 오래 참음. 즉, 인내입니다. 어렵게 시작한 전통자수를 쉽게 그만 두는 분들이 없도록 열린작업·열린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글= 이경민 객원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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