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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등반행렬 뒤엉켜…하산길 정체가 부른 참사

세계 최고봉은 내려오는 길이 더 멀었다. 지난 19일 ‘2012충남고등학교에베레스트원정대’의 송원빈(45·사진) 대원이 네팔 에베레스트(8848m) 등정 후 하산 도중 실종됐다. 박계훈(55) 원정대장은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송 대원이 19일 오전 에베레스트 남봉(8600m) 근처에서 고소 증세와 체력 저하로 쓰러져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죽음의 외길 루트 … 국내외 산악인 8명 실종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 화근이었다. 19일 오전(현지시간), 캠프4(8000m)를 출발해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향하는 루트에는 100여 명이 줄줄이 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서 등정한 이들이 하산하면서 빚어졌다. 박 대장은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난코스라 할 수 있는 힐러리스텝(8750m)에서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등반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며 “송 대원은 이른 시간인 오전 7시에 등정했지만, 내려오는 길이 막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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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줄 또한 부족했다. 보통 힐러리스텝 부근에는 등·하강 로프가 각각 설치되지만 “올해는 한 줄만 깔렸다”고 박 대장은 말했다. 5월 들어 갑작스럽게 기상이 악화되면서 예정보다 등반 일정이 늦춰졌으며, 그 때문에 루트 개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송 대원과 같은 이유로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람은 6~8명에 이르고, 이 중 한국인은 송 대원 한 명뿐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박 대장은 “베이스캠프에서 대원들을 추스른 뒤, 송 대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대로 다시 한 번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8600m를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등반 정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자는 매년 봄 500명에 육박하며, 베이스캠프에는 100여 팀이 몰린다. 피크 시즌인 5월에는 해발 5300m 베이스캠프가 하나의 도시를 이룰 정도다. 남선우(56) 한국등산연구소장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물론 정상까지도 관광지가 됐다”면서 “루트 또한 사실상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남 소장은 이어 “1인당 1만 달러를 받고 무분별하게 등반 허가를 내준 네팔 관광성과 8000m 산에 갈 능력이 없는 사람을 돈을 받고 정상까지 올려주는 상업등반대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고의 원인은 1996년 일어난 에베레스트 최대의 인명 사고와 흡사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당시 과다하게 몰린 상업등반대로 인해 하산이 지연됐으며, 이때 폭풍우와 제트기류를 만나 12명의 산악인과 상업등반대원이 숨졌다. 상업등반대란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산악인 그룹으로, 네팔 카트만두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에 다수의 에이전시가 있다. 한 사람당 5000만~1억원을 받는다.



 산악계는 침울한 표정이다. 지난해 10월 고 박영석 대장 원정대가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이후, 올해 첫 원정에서 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악계 일각에서 이제 타이틀이 걸린 히말라야 원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봄 에베레스트에 도전장을 낸 충남고에베레스트원정대와 서울농대원정대는 각각 개교 50주년, 산악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발족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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