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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근로자 마음 녹인 회장님 3000일 출근 인사

신원 전속모델인 김태희(32)가 2005년 5월 개성공단에서 처음 열린 패션쇼에 출연한 모습.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남성 패션계의 거장 알바자 리노(Al Bazar Lino)가 개성공단 의류업체 ㈜신원의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북측 근로자의 양복 비접착 공정을 둘러보며 “이 정도면 세계적인 정장 브랜드 이탈리아의 브리오니(Brioni) 공장보다 품질이 높다”고 혀를 내둘렀다.



입주업체 신원 박성철 회장

 북한 근로자들이 세계 수준의 봉제기술을 지니게 된 데엔 박성철(72) 신원 회장의 신념이 있었다. 매일 작업 시작 한 시간 전후 공장 앞에서 1720명의 북측 근로자들을 인사로 맞이해 왔다. 비가 오는 날이나 영하 12도 이하의 강추위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3000여 일을 기록했다. 근로자를 노동력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인간적 예우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쇼’하느냐던 직원들이 이젠 ‘업간체조(일하는 중간의 체조)’를 같이 하자며 팔을 잡아끌곤 한다”며 “점심을 40분 만에 먹고 20분 일찍 들어와서 일하는 등 성실함으로 보답한 게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누적생산액 15억 달러에 이를 수 있었던 데는 123개 입주기업의 소리 없는 노력이 있었다. 밥 도시락을 싸오는 북측 근로자들에게 고깃국을 제공한 것도, 참(간식)을 주기 시작한 것도 입주기업들의 아이디어였다.



 개성시의 총인구는 16만 명. 북측 근로자가 5만2000명에 달하면서 가구당 한 명은 이제 기업 경영과 시장경제에 발을 담근 셈이다. 북에서 처음 열린 기업설명회(IR), 투자설명회, 패션쇼 등도 그런 접점을 확대시켰다. 이 때문에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북한 근로자를 개성 이외 지역에서 데려오기 위해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측 근로자의 80%가 여성이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위생품이 부족한 여성 근로자들이 휴지를 대용하면서 휴지 사용량이 늘어난 것. 처음엔 이를 이해하지 못한 기업들이 휴지를 1인당 1~2m씩 배급하기도 했다. 또 대체로 입주기업에서 일한 지 1년 내에 표정이 밝아지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 ‘얼굴 보면 노동기간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개성공단 업체 관계자는 “초기에는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주자 국물은 먹고 건더기는 집으로 가져가는 일도 빈번했다”고 전했다. 요즘엔 신라면 대신 이웃에 자랑할 수 있는 ‘소고기’란 이름이 봉지에 찍힌 라면을 선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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