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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만 명에 일자리 …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산소호흡기

박성철 신원 회장(왼쪽에서 셋째)이 지난 4월 중순 출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어서 오세요”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인사는 지난 8년간 북측 근로자의 마음을 녹였다. [사진 신원]


남북이 함께 잡은 양날의 칼. 우리 기업 123곳이 군사분계선 3㎞ 너머 북한 땅에서 북한 주민 5만1000명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 중인 개성공단 얘기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 기업 입주가 시작된 지 8년. 그 사이 한반도에 숱한 안보 위기가 닥칠 때도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운명을 쉽게 거론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5·24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을 예외로 뒀다. 북한은 지난 2년 새 근로자를 1만 명이나 더 투입했다. 통근 도로 확·포장 공사도 진행 중이다.

5?24 대북제재 그 후 2년 <하>
가동중단 한 번도 안 한 안보위기 무풍지대



 정부 고위 소식통은 21일 “5·24 조치 이후 개성공단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의 김영철 국방위 정책국장(현 정찰총국장)이 수시로 위협적인 언사를 하곤 했지만 최근엔 ‘잘해보자’며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실적은 남북관계의 경색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3년간 추가로 입주한 기업은 55개, 연간 생산액도 2007년 1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5년(1491만 달러) 실적의 약 30배다. 공단의 누적 생산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5·24 조치의 그늘도 있다.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중단되면서 북한이 소득세와 관리비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린다는 게 입주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개성공단은 현금을 낳는 황금알인 동시에 시장경제의 학습장이고, 남한으로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모판인 동시에 유사시 근로자들의 인질화를 걱정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근로자 5만1000명이 받는 임금(1인당 월평균 126.4달러)을 거둬 북한돈 5000원과 현물쿠폰으로 주민들에게 지급한 뒤 나머지를 챙긴다. 연간 총임금 7780만 달러 가운데 5000만 달러 가 북한 당국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 모두가 다른 관점에서 의미를 두는 것은 근로자 5만 명이다. 4인 가구 기준 20여만 명이 공단에 기대 생계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아 왔다. 초반기에 입주한 한 업체 대표는 “ 여성 근로자들을 면접할 때 행색이 초라하고 너무나 공격적이어서 ‘여기에 내가 뭐 하러 왔나’고 후회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몇 년 뒤부터 공단 주변의 모든 것이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 폐쇄까지 고민했던 정부는 ‘5만 명의 희망’을 근거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폐쇄 시 우리 기업들에 보전해줄 보상금까지 계산해둔 상태였다”며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에 접하는 경험을 늘리고, 향후 남북관계 복원을 고려해 중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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