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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망우동·둔촌동·신림동 … 집 없는 서울시민이 걸어온 길

지어지고, 지워지고, 허물어진다. 서울서 나고 자라, 서울 여기저기를 전전한 화가 정직성은 도시 재개발의 그런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사진 김종영미술관]


다섯 살 때 ‘평생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 먹었다.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에 대한 TV 프로를 보고서다. 엄마의 화장대 거울을 통해 몰래 본 TV 속 그림은 ‘거인’. 마을 뒤로 돌아선 거인의 모습이었다. 무섭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기묘한 그림, 저런 걸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2 오늘의 작가’ 선정 정직성 개인전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2012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화가 정직성(본명 정혜정·36) 얘기다. 고야의 거인 이미지는 그가 쉼 없이 걸으며 관찰해온 서울 모습과 중첩된다. “한 곳에 정주할 수 없게 하고, 그곳에 대한 기억을 단절시키는 정신적 외상을 서울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겪고 있어요.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한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제게는 그림이고요.”



 그 또한 중심에는 한 번도 진입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이사 다녔다. 서울 정릉에서 태어나 망우동·둔촌동·신림동을 전전했다. “집 없는 서울시민이 겪은 일반적 과정일 거에요. 보편적인 경험인데 그에 대한 그림이 없다는 게 이상했어요.”



 작가는 끝없이 짓고 부수고, 생기고 사라지는 도시의 개발과 건축적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세대·연립주택을 모티브로 한 ‘주택’ 연작으로 예술적·상업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엔 한층 추상화된 신작 50여 점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을 거부하고 과감한 실험을 시도했다. 가볍지 않은 내용이 경쾌한 붓 터치와 밝은 색감으로 화면에 살아났다. ‘정직성’은 예명. 요절한 현대미술가 박이소(1957∼2004)가 빌리 조엘의 ‘어니스티(Honesty)’를 번안해 부른 곡에서 착안했다. 정직성을 보기 힘든 세상에 반발하듯 지은 이름이, 회화의 본질에 정직한 그의 고집을 대변한다.



 “저는 추상도 대단히 정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색과 선의 신선놀음이 아닙니다. 이건 80년대 민중미술과 단색화가 대립하면서 생겨난 오해에요. 특수한 한국적 맥락에 대한 조형적 질서를 화폭에 풀어내고 싶습니다.”



 김종영미술관 최열 학예실장은 “유희적일 만큼 자유로운 붓놀림의 힘, 그 이면의 단단한 조형능력, 이런 걸 두고 우린 ‘잘 그린다’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012 오늘의 작가, 정직성전’은 6월 14일까지.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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