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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자극하는 것, 그게 현대음악이죠

진은숙씨는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미래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바흐·베토벤 등 이제는 과거의 음악가들이 조명받는 음악계에서 미래를 말하는 작곡가를 만난 건 오랜만이었다. [사진 서울시향]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51)씨는 꼼꼼했다. 21일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만난 진씨는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Ars Nova)’ 소개 책자 뒷장을 펼쳐 보곤 “여기에는 장소가 들어가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한 직원에게 “앞으로는 내 사진보다 초청된 연주자의 얼굴을 더 크게 인쇄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



 라틴어로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의 ‘아르스 노바’는 평소 접하기 힘든 현대음악을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호암상 수상자인 진씨는 예술감독으로 아르스 노바를 7년째 이끌며 현대음악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부터 연주자 섭외까지 그의 손을 거쳐가지 않는 작업이 없다.



 진씨는 “아르스 노바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실내악 연주회가, 27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린다. 올해 주제는 ‘댄스(Dance)’다.



 -왜 댄스인가.



 “댄스라는 말을 가지고 아무리 고민을 하고 재주를 부려도 유치한 제목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댄스라고 붙였다.”



 -올해 레퍼토리를 소개하면.



 “대중과 소통해보자는 취지에서 내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 이번 곡들은 댄스와 관계되는 것들로 골랐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밀도나 깊이가 없는 음악은 아니다. 마우리시오 카헬의 ‘방위도의 단편들’이라는 곡은 해학적이다. 작곡가 페르투 하파넨은 댄스의 리듬을 가지면서 독특한 효과와 주법을 사용한다. 한국 작곡가 박정규의 곡은 댄스와 바로 연결되지 않지만 리듬이나 표현이 직접적이다. 곡이 난해하지 않아 이번 프로그램하고 맞을 거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아곤(Agon)’은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작곡가들을 소개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좋은 곡인데 어려워서 자주 연주 되지는 않는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서울시향 단원들에게도 악명이 높다. 평소 연주하지 않았던 현대음악에 도전해야 해서다. 이번 무대에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교향적 춤곡을 제외하곤 전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아르스 노바에 집중하는 이유는 뭔가.



 “(아르스 노바가 현대음악을 들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창구라서다.”



 -현대음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끊임없이 듣는 것 말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음악은 (듣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르스 노바를 통해 당신이 지향하는 건 뭔가.



 “음악을 떠나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빈틈 없이 준비를 했구나’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거다. 성공한 여자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겉핥기 식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음악을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 거다. 가끔 젊은 작곡가들에게 이런 식의 태도를 말해주면 겁을 내고 작곡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음악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한국 문화 전반으로 이어졌다. 진씨는 클래식 음악과 아이돌 가수를 염두에 둔 듯 “문화와 오락은 구분돼야 하는데 요즘에는 조금만 재미가 없어도 조금만 어려워도 견디지를 못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그게 더 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진씨는 이날 인터뷰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생각을 자극하는 것, 그게 현대음악이고 그게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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