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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후드티,잡스 터틀넥과 뭔 차이가 있길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나 오십보 백보다.
지난해 남성패션지 GQ가 선정한 ‘실리콘밸리 워스트 드레서’ 1위로 저커버그가, 2위로 잡스가 뽑힌 걸 보면 한 끗 정도 차이다.
하지만 “잡스의 패션은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는 혹평은 패션지니까 하는 말이다. 까만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의 잡스 패션은 오히려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저커버그의 경우는 다르다. 패션 테러리스트인 게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최근 그의 옷차림에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후디게이트(Hoodiegate)란 거창한 이름도 붙었다. 18일 페이스북 상장을 앞두고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가 화근이었다. 저커버그가 늘 입던 대로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참석하자 월가의 투자자들이 발끈한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따다 ‘미성숙의 표시(mark of immature)’라고 비판했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반박했다. 페이스북을 처음 만들었던 대학생 때처럼 초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방어론을 펼쳤다. 페이스북 몸값이 높아서 거만한 월가가 빈정 상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월가가 페이스북을 원하는 만큼 저커버그가 투자자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아 맘 상했다는 거다.양쪽 다 일리가 있다. 시가총액 1000억 달러(약 120조원)짜리 회사의 CEO라면 좀 더 믿음직스러워 보여야 한다는 것도, 아이디어 짤 시간도 모자란 데 옷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것도 타당하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을 위해 페이스북을 방문했을 때 저커버그는 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었다. 청바지에 운동화는 여전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마크가 타이를 매게 만든 사람이 바로 나야”라며 뿌듯해했다고 한다. 오바마 앞에서 이랬던 저커버그가 만약 쫙 빼 입고 투자설명회에 섰으면 어땠을까. 안 그래도 CEO 치고 어려서 걱정이라는 ‘나이 논란’이 있는 마당에, 주근깨 곱슬머리 청년이 슈트 차림이었다고 대단히 믿음직스러워 보였을까. 오히려 대통령 앞에서도 안 그러더니 긴장했나? 월가에 잘 보이려고 노력했네? 이런 지레짐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저커버그는 일부러 후드티를 입고 투자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천재 소년’ 스타일이 유효하다는 전략적 판단 말이다.더구나 시장엔 저커버그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경영자용 핀스트라이프 후드티(ex-ecutive pinstripe hoodie)’까지 나왔다. 신사의 상징, 핀스트라이프 슈트를 대신할 줄무늬 모직 후드티다. 뉴욕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를 위한 옷은 벌써 400벌 넘게 팔렸다. 월가가 정색한 ‘후디게이트’를 대중은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이는 거다.

그러니 왜 저커버그의 티셔츠만 문제인지, 이유는 ‘후디게이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스티브 잡스가 참석했다. 말 그대로 참석일 뿐 그가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다. 이날 그는 턱시도를 입었다. 레드카펫 드레스코드를 지킨 그의 모습은 아카데미 최고 화제가 됐다. 364일 유니폼을 입다가 딱 하루 갖춰 입은 것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그해 6월엔 칸 국제광고제에 저커버그가 참석했다. ‘올해의 미디어 인물’로 뽑혀 상을 받았다. 사진 속 그는 역시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 차림이다. 광고제는 영화제처럼 보타이를 매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서밋도 마찬가지였다. CEO와의 대화 시간에 그는 심지어 슬리퍼를 신고 나타났다. 다리를 꼬고 앉아 허공에 뜬 슬리퍼 속 그의 맨발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이를테면 잡스가 아주 인상적인 플레이를 한 번은 남긴 반면 저커버그는 실책만 거듭해 온 것이다. 오죽하면 에스콰이어가 그를 ‘스타일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에 올리면서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사정을 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머리가 비상하고 돈이 많아도 그러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잡스의 터틀넥은 괜찮은데 후드티는 안 괜찮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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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