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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의 쉬운 풍경 10] 소와 농부를 기다렸는데…

경상북도 예천, 용문. 2007 ⓒ강운구

농사철이면 들판에 기계소리 요란하고 매연 가득하다. 사람과 소의 자리를 엉성한 기계가 채워서 그렇다. 이름과 크기와 역할이 다른 여러 기계는 땅 갈고, 심고, 베고, 말리고, 탈곡하고… 운반한다. 여러 기계를 가지고 여러 농사일을 해주는 대행 농부도 있고, 스스로가 여러 기계를 사가지고 하는 농부도 있다. 기계가 개울을 건널 수 없다든가 하는 상황일 때에만 소를 데리고 가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그런 땅은 포기해 버리는 수가 많다. 그런 농토는 타의로 놀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농부와 소가 한 팀이 되어서 교감하며 농사일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사진과 같은 풍경을 만나면, 아직도 나는 혹시나 농부가 소를 몰고 나타났으면 하고 기다린다. 그래도 경운기를 모는 농부라도 나타났으니 재수가 좋았다. 숲길만 있을 때와 거기에 소나 경운기가 가고 있을 때는 사실도 다르고 그것에 딸려오는 정서도 다르다. 나이 푹 든 느티나무와 소나무는 거의 그대로이겠지만 그 사이의 길로 지나가는 세상은 달라졌다.

 농사짓는 데 쓰는 기계들은 마땅히 누구라도 다루기가 쉽고, 안전하며 값이 싸야 될 터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그 기계들은 좀 많이 엉성해 보인다. 가장 요긴한 경운기 같은 것은 상당한 체력이 없으면 운전할 수 없을 만큼 조악하다. 오히려 기계가 사람을 부리는 꼴이라서 경운기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해마다 꽤 많다. 그것은 차처럼 모델이 많지 않고, 처음 발매된 뒤로 확 개량된 신형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선택의 여지도 거의 없다. 그래서 만약 자동차 회사에서 손을 댄다면(댈 수도, 댈 리도 없겠지만)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값싼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자동차 회사가 경운기 같은 농사 기계를 내놓는다면, 역시 대기업이 소기업 영역까지 쳐들어간다고 여론은 질타할 것이다. 옳다. 그러나 정작 사용하는 농부들은 좋아할 것이다. 이것도 옳다.

 사진이란 농사(사실 나처럼 사진을 하는 것은 유목이다)는 애초부터 기계 없이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기계는 종류(더욱이 디지털시대에 이르러서는)가 너무나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이것은 한 해에도 몇 번씩 모델 이름과 번호를 바꿔가며 ‘신형’이 나온다. 기능이 많고 복잡한 카메라에 주인이 경운기에서처럼 끌려가는 수도 있다. 아날로그 카메라 중에서는 오래도록 바뀌지 않고,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농부의 소처럼 사진가와 ‘교감’하는 듯한 기계도 있긴 하다. 그런 기계 중 한 가지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내 눈의 연장이며, 내 신체의 일부”라고 했다. 사람과 기계의 관계는 그래야 된다.

 쓰다가 생각을 좀 가다듬는 동안에 화면의 커서는 어서 처넣으라고 깜박거리며 재촉한다. 디지털 기계들은 내놓고 사람을 부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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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