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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두 곳에 걸린 ‘동성애 현수막’… 여러분은 어떠세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서울 시민 중 누군가는 성소수자입니다.”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청 광고 게시판에 낯선 문구가 등장했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이른바 ‘성소수자’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라는 내용이다. 광고는 현수막으로 제작돼 종로구 원남동과 혜화동, 두 곳에 걸렸다. 공공기관이 동성애 광고를 허용한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동성애 단체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반겼다. 편견을 없애는 첫걸음이라며 쌍수를 들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反)동성애 단체는 반발했다. “사회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병들게 하는 동성애를 ‘인권’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계기로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동성애 광고, 누가 왜?=구청 게시판에 광고를 낸 주인공은 동성애자 이계덕(26·사진)씨. 이씨는 2007년 전경으로 입대한 뒤 이듬해 ‘커밍아웃’했다. 2008년 6월 “전·의경 제도에 회의를 느낀다”며 육군으로 전환 복무를 신청했지만, 해당 부대는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이씨를 징계한 뒤 강제 전역시켰다. 이씨는 이런 조치가 “동성애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성소수자 권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역 후 온라인 동성애자 모임 대표와 인터넷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이씨는 올해 초 공공장소에 동성애 광고를 싣기로 결심했다. 영국 동성애 단체 스톤월(Stonewall)이 영국 런던 2층 버스에 게재한 “Some people are gay. Get over it! (어떤 사람은 동성애자입니다. 받아들이세요!)”이라는 광고를 모티브로 삼았다.

 8일 서울 시내버스 1000여 대의 전자 게시판에 동성애 차별 금지 광고가 실렸다. 사흘 뒤 종로구청에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씨가 광고를 신청한 곳은 서울시내 11개 구청. 이 중 종로구와 용산구·은평구·광진구·금천구·중구 등 6곳은 광고 허용을 결정했다.

 그런데 서초구가 “청소년을 선도하고 보호하는 데 유해하다”며 광고 신청을 반려했다. 이씨는 서초구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하겠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법령과 서울학생인권조례에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다”며 “서초구 조치는 국가법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광고를 낼 계획이다. 현재 국민신문고를 통해 각 시·도에 동성애자 차별 철폐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15일 광주광역시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 종로구에 걸린 동성애 현수막. [JTBC 화면 캡처]
 ◆논란 확산 … ‘인권’ vs ‘사회악’=동성애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온·오프라인 동성애자 모임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동성애 문제가 공론의 장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계덕씨는 “우리나라 동성애자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광고 게재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선희(27)씨는 “동성애자도 우리랑 똑같은 시민이고 국민이니까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독교와 보수시민단체는 동성애 광고에 반대하고 있다. 동성애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사회악’이라는 게 이유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공공기관이 소수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창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서울시에 광고 철회 요청서를 발송했다. 홍재철 한기총 회장은 “동성애 광고는 사회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다수의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동성애 광고를 둘러싼 찬반 갈등 속에 박원순 시장이 동성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4일 서울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권익에 관심을 갖고 어려움을 경청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필호 서울시 인권팀장은 “(박 시장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은 위법하기 때문에 관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동성애 축제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성애 단체 ‘친구사이’는 지난 12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발언대를 통해 박 시장에게 “24일 청계천에서 열리는 동성애 축제인 ‘퀴어문화제’에 참석해 축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장에 있던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기독교와 보수단체가 박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 230여 개 시민단체들은 13일 성명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이뤄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서울시장이 왜곡된 성 개념을 가진 소수의 견해를 받아들여 대다수의 시민과 아이들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인권이란 명분으로 포장해 그릇된 성 인식을 퍼뜨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박 시장은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해외의 경우는=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광고가 등장한 날, 공교롭게 미국에서도 동성애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생각을 명백히 밝히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대선 상대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동성 간 혼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 문제는 올해 미 대선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일고 있는 동성애 논란, 본질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 동성 간 결혼을 논하는 단계인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동성애 광고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동성애에 훨씬 관대하다. 네덜란드가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2003년 벨기에, 2005년 캐나다와 스페인이 잇따라 동성 간 혼인을 법으로 인정했다. 결혼까지는 아니지만 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대부분이 현재 관습법상 동성 커플의 결합을 허용하고 있다.


1993년 동성애자 첫 모임 ‘초동회’… 2010년엔 TV드라마 소재로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 금기의 영역이었다. 사람들은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게이(gay)’, 여성 동성애자를 뜻하는 ‘레즈비언(lesbian)’이란 단어에 공공연히 혐오감을 드러냈다. 1993년 11월 게이와 레즈비언 활동가 6명이 우리나라 최초로 동성애자 인권 모임인 ‘초동회’를 만들면서 동성애자들이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 연예인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후 동성애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연예계에 등장하면서 ‘성소수자’란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이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와 음악, 미술, 패션 등이 쏟아졌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가 크게 흥행하면서 영화 속 동성애자를 연기한 배우 이준기가 스타덤에 올랐다. 2008년 영화 ‘쌍화점’(주진모·조인성 주연)에서도 동성애를 다뤘으며, 2010년엔 지상파 방송에서도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내용(‘인생은 아름다워’, 김수현 작)이 주말 가족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됐다. 특히 TV 드라마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는 계기도 됐다.

 하지만 ‘이성애’가 보편적인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 기독교와 보수단체는 동성애를 치유할 수 있는 일종의 ‘정신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성애자의 비정상적 성관계가 에이즈와 성병을 확산시킨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세계적인 가수 레이디 가가 공연을 앞두고 종교단체가 공연을 취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가수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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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