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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2008년 금융위기, 진짜 주범은 도덕성 붕괴

레알에코노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지음
안토니나 W 부이스·
임재서 옮김, 말글빛냄
276쪽, 1만3000원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또 다른 반성문이다. 금융시장의 탐욕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러시아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저자는 좀 더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그는 도덕성의 상실, 책임과 윤리의 전면적인 붕괴가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이자 이유라고 주장한다.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가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에서 내린 진단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위기를 야기한 현상을 ‘레알에코노믹(Realeconomik)’이라 명명한다. 정치와 경제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탈법과 부패, 폭력 등을 사용하는 관행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를 일컫는다. 자본주의가 이상이나 도덕, 원칙이 아닌 돈과 권력의 논리에 휘둘리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도덕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도덕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신뢰 위에 건설됐기 때문이다. 계약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금융 거래의 기본인 신용 창출도 신뢰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공정과 정의, 혹은 상식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에서 도덕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유는 많다. 우선 주주 자본주의의 발전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꼽을 수 있다. 이윤과 수익이 효율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면서 성과지상주의에 휘말린 경영자는 도덕성을 내던졌다.

 선진국 경제가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수료에 연연하게 된 것도 도덕이 자리를 잃어가는 이유다. 각종 경제 거래가 전자망을 오가는 숫자놀음이 되며 경제가 가상화(visualization)된 것도 문제다. 숫자놀음이 된 거래는 복잡해지고 도덕적 통제는 더욱 어렵게 됐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는 데 대세를 따르려는 정치인과 규범을 위반해야 특전과 보너스를 누릴 수 있는 경제 엘리트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여전히 야합한다. 무책임하고 수상쩍은 금융기법을 용인한 감독기관의 책임 방기도 그런 탓이다. 대중은 경제 구조와 거래가 복잡하고 어렵다며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저자는 이처럼 느슨해지고 옅어지는 도덕성이 ‘레알에코노믹’을 기승하게 했고,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경제와 사회, 경영에서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책임과 윤리를 찾지 않으면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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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