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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스마트 시대, ‘망 중립성’ 필요한가



스마트폰 같은 인터넷 기기가 일반화하면서 이른바 ‘망 중립성’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망 투자·관리비가 증가한 만큼 콘텐트·서비스 사업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포털·카카오톡·스마트TV 등 관련 사업자들은 ‘차별 없는 접근성 보장’이라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콘텐트 차별 막아 경쟁·혁신 지속시켜야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망 중립성. 뜻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망 중립성은 디지털 콘텐트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 방식을 누가, 그리고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e-메일·동영상·카카오톡 또는 인터넷 전화 같은 디지털 콘텐트에 대한 사용권이 이동통신사업자에 의해 차별적으로 제공될 때 망 중립성은 훼손된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모바일 인터넷 망사업자에게 막대한 추가 사용료를 지불한 뒤 보다 빠른 속도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혹은 사용자가 추가요금을 지불했을 때만 유튜브 동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경우 모바일 인터넷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다. 어떻게 이런 차별이 가능할까.

 인터넷은 진화한다. 초기 인터넷 망사업자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를 구별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떤 사용자가 100메가바이트(MB)의 트래픽을 사용할 때 그 안에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는지, MP3 파일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니 서로 다른 데이터를 차별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점차 영리하게 발전하는 인터넷 망 기술은 데이터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제 콘텐트를 구별할 수 있게 된 모바일 인터넷 망사업자는 간섭과 차별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이다.

 자유방임주의가 통신시장을 지배한다면 이제 눈을 뜬 망 사업자로선 다음과 같은 상상이 가능하다.

 ‘2013년 한국의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는 A급과 B급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 A급 망 사용료는 B급의 그것보다 비싸다. A급 망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 동영상 또는 고품질 음악 서비스 등 이른바 프리미엄 콘텐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유통된다. 또 콘텐트 공급자는 A급 망에 프리미엄 콘텐트를 유통시키기 위해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한다. 한편 B급 망을 통해서는 통행료 지불능력이 없는 신생 벤처기업들의 콘텐트만이 느린 속도로 제공된다. 2014년 국내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는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는 유튜브와 경쟁할 수 없어 도산하거나 동영상 시장에서 철수한다. 이러한 인터넷 흐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거세질 즈음 애플은 2015년 한국에 아이넷(iNet)이라는 망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이넷은 매우 저렴한 가격의 망을 콘텐트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제공하지만 애플의 경쟁사인 구글과 페이스북 서비스는 아이넷에서 차단한다. 이후 구글과 페이스북뿐 아니라 종교단체 및 정치단체가 아이넷과 유사한 망 사업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콘텐트가 경제적·정치적 기준에 따라 선별 제공되는 인터넷 세상이 열린다’.

 보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시장에서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이 허용될 때 시장은 이른바 경쟁 왜곡을 낳으며 경쟁 왜곡은 자본주의 발전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기반시설 등 공공재의 중요성을 프리드먼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제 및 사회발전의 기초가 되는 공공재에는 ‘무임승차’라는 역효과가 존재한다. 모바일 인터넷 망에서 무임승차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모바일 인터넷 망이 공공재임을 인정할 때 가능한 주장이다. 따라서 이미 작지 않은 규모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유튜브, 카카오톡을 무임승차라고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류일 뿐만 아니라 콘텐트 공급자와 사용자의 사용료 지불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일 뿐이다.

◆망 중립성(網 中立性·Network Neutrality)=통신 사업자는 망, 즉 네트워크를 통해 오가는 모든 콘텐트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개념.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망 투자비용 분담하는 새 모델 만들어야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무선 인터넷 이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ICT 생태계의 선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를 초다량으로 이용하는 소수에 의해 네트워크의 상당부분이 점유되거나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대규모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급증하는 인터넷 트래픽 수용을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나 실제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미래 통신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는 통신사업자들의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올 1분기 실적지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3사 모두 영업이익은 20% 이상 급감(평균 23.2% 감소)한 반면 투자비는 52.8% 급증했다. 이통사의 투자여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여기서는 망 중립성과 관련한 문제점을 논의하기로 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ICT 생태계에서는 이통사 이외에도 콘텐트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자 등 가치사슬상의 모든 참여자가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 중심의 기존 공급체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수평적 구조의 새로운 생태계에서 대규모 플랫폼 및 단말기 업체들의 영향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 서비스가 이통사의 전통적 수익원인 음성과 SMS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쟁 상황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MIM서비스의 비용 경쟁력이 적절한 통신 인프라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불합리한 비용 경쟁력 격차는 단기적으로 무선 인터넷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하며, 중장기적으로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사회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조속히 결단해야 할 두 가지를 제언하려 한다. 첫째, 과도한 다량 트래픽 유발 서비스 및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에 의해 통신 인프라가 필요 이상으로 점유되는 비효율을 방지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가 합리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둘째, 통신 인프라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 확대를 위해 시장 참여자들 간의 역할분담 모형이 새로운 ICT 생태계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통사의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에 의존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온 기존 모형은 새로운 생태계와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먼저 무선 인터넷 가치사슬상의 참여자들이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ICT 생태계의 기반이 붕괴되고 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이제는 비생산적 담론보다 냉철하게 우리나라 ICT 생태계 발전을 위한 책임과 기여, 양보와 협력을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법제도 정비와 더불어 현시점에서 필요한 조치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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