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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중·일 FTA, 미국에 손해인가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5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나는 이번 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 세미나’에서 청중들에게 한·중·일 FTA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미국인 청중들의 절반가량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토론회 내용은 www.csis.org에서 볼 수 있음). 나는 이런 우려가 빗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중·일 FTA를 논의해 온 기간이 무척 길었음에도 협상을 시작한다는 공식 결정은 3국 정상회담 개최국인 중국 정부에 의해 마지막 순간에 이뤄졌다. 중국이 갑자기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경제적 이유보다는 전략적 이유였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키로 한 결정에 크게 놀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괄하는 TPP가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켜 줄 아시아 역내 협상보다 더 추진력을 갖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첫 반응은 TPP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었다. 그러나 제로섬 사고방식을 드러낸 중국의 반응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의 TPP 협상 의지를 약화시키지 못했다. 결국 중국은 TPP에서 배제돼 있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아시아 역내 FTA 협상을 더 촉진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바로 무역자유화의 핵심이다. 즉 모든 나라로 하여금 무역장벽 강화 대신 무역장벽을 낮춰 게임에 참여하도록 촉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한·중·일 FTA가 체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이 협상에 가장 소극적이다.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직접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분야가 너무 많은 데 비해 상호 보완적인 분야는 적기 때문이다. 중·일 또는 한·중 사이에도 문제가 많다.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가로막으려는 의지가 약한 데다 선진 산업국가들과의 복잡한 교역을 막는 장벽들이 많기 때문이다(대조적으로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나 자원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은 쉽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으로선 범태평양 자유무역협상에 적극 참여할수록 중국에 대한 협상력이 강해지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한국이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일본이 TPP 협상에서 몸을 빼는 것은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범태평양 무역자유화가 추진되지 않는다면 한·중·일 FTA 역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세 번째 잠재적 이점을 갖게 된다. 한·중·일 FTA가 진전되면 아시아 역내 무역자유화 협정과 TPP협정 사이의 무역자유화 수준의 차이를 줄여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중국이 TPP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협정(FTA)에 참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관건은 한·중·일 FTA 협상이 한국이나 일본의 FTA 기준을 낮추지 않고 거꾸로 중국을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로 이끄는 방향으로 진행되느냐다. 그리고 이는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과 TPP 협상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CSIS 세미나에 참석한 청중의 절반이 왜 한·중·일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고 말한 것일까. 나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한·중·일 FTA가 미국을 배제하거나 무역자유화를 왜곡할 것을 우려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낮은 수준의 한·중·일 FTA가 체결됨으로써 3국이 한·미 FTA나 TPP처럼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회피하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한 FTA는 선진국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며, 이는 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는 다시 지역 안정과 통합의 진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역 왜곡이 아니라 기회의 상실이 우려되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유력 연구소가 곧 출간할 예정인 보고서에 따르면 TPP만으로도 매년 약 1000조 달러의 부(富)가 창출될 것이며 TPP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플러스 한·중·일 FTA와 연결될 경우는 3000조 달러, 나아가 보다 큰 범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수준의 FTA와 연결될 경우는 8000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요컨대 각종 FTA 상호간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무역 위축 효과보다 FTA들이 체결됨으로써 발생하는 무역자유화의 효과가 월등히 크다는 것이다. 한·중·일 FTA 협상에 참여하는 한국의 협상가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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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