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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진 아동, 주저앉은 노인 … 민초들 애환 오롯이 담겨


남산 중턱에서 촬영한 1920년대 남산중앙시장 풍경. 조선시대 천안관아 건물이 멀리 보인다. 초가지붕위로 높이 솟은 전봇대와 상가 앞 하수도 시설이 눈에 띈다. 시장 양편으로는 가림막을 치고 즐비하게 늘어선 점포 모습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 천안의 모습(중앙시장, 천안역, 직산 금광)과 당시의 특징을 사진과 함께 3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천안박물관, 천안시 출범 50주년 기획전

‘세 사람(윤선달·안영준·석림)은 동편말을 뚫고 나오는 큰길로 아문을 지나서 장거리로 들어섰다. 초여름을 맞이하는 신록은 나뭇잎마다 연황색을 띠고 푸르러간다. 아문 앞 연못가로 들러선 수양버들 가지가 척척 휘고 늘어져서 바람에 근덩거린다. 아문에서 객사 모퉁이로 나오자면 장거장으로 넘어가는 재빽이 마루 턱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남산 밑까지 쭉 곧게 내리 뚫린 삼남대로가 바로 장거리로 통한 길이다. 길가 좌우로는 객주집과 음식점이 벌려있다.’(소설가 이기영 『민촌』 중에서 중앙시장을 묘사한 글)

천안박물관이 ‘2013년 천안시 출범 50주년’을 앞두고 7월 말까지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시 출범 이전 50년 역사를 되짚어 근대 천안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과 천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는 전시회다.

근대는 천안 시민에게 뼈저린 아픔으로 다가 오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시기다. 소설가 이기영의 『고향』 『봄』 『신개지』와 1926년 발행된 잡지 『성거산인』, 1937년 잡지 『향수설문』, 1939년 동아일보 『내 문학을 길러준 곳-교박한 천안 뜰 뒤』 등 여러 글에서 근대 천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객주집과 음식점이 있는 중앙시장 풍경을 비롯해 성불사 뒤 산봉우리로 솟아오르는 달, 전등과 전화가 가설된 정거장 뒤 시가지, 거미줄처럼 얽힌 역전 앞 시가지 풍경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민촌 이기영은 1937년 『조광』에 실린 『향수설문』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할는지요! 여하간 제 자식 같이 고향이 그립다가도 그 당장 미운 생각이 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고향을 미워한다고 했지만 그의 글속에는 고향 천안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진하게 묻어 나온다.

모두 3부로 나눠 구성된 전시회에서는 성환에서 벌어졌던 청일전쟁과 동학농민군의 세상산전투, 수탈의 상징인 경부선 천안역 개통 등 근대 길목 전면에 서 있던 천안의 아픈 역사를 볼 수 있다. 사설철도로 천안~군산 간, 천안~장호원을 운행했던 경남철도회사의 모습도 있다. 천안·입장·목천·병천 등 곳곳에서 일제강점의 아픔을 딛고 독립을 외쳤던 천안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다. 1947년 유관순기념사업회 발족과 제1회 추모제 자료를 비롯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 관련 자료도 최초로 공개됐다. 또 일제강점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교육에 힘쓰고, 권농에 힘쓰고, 상업과 산업에 힘쓰면서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지키며 살았던 사람들도 있다.

천안박물관 이종택 학예팀장은 “천안을 고향이라 말한 소설가 이기영은 글을 통해 일제강점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현실에서 고향을 그저 향수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민촌과 함께 아픔으로 시작된 천안의 근대 역사지만 좌절하지 않고 아픔을 극복하고자 했던 천안 사람들, 그리고 독립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천안 땅을 지키며 살았던 근대 천안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많은 시민이 우리 동네의 옛 모습과 역사를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촌(民村) 이기영은

대한민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스스로 천안을 고향이라 말하는 이기영은 그의 주요 작품에서 천안을 배경으로 삼았다. 『민촌』『서화』『홍수』 등 단편과『고향』『신개지』 등의 장편을 통해 당시 천안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가 쓴 책을 볼 수 있다.

글=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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