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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사이로 푸른 강물 숨바꼭질 … 갈대는 어서오라 손짓하네

한수제 뒤로 금성산 자락에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나무에 꽃이 하얗게 만발했다

영산강. ‘오백리 서러운 가람’이라는 한 시인의 표현처럼 굽이굽이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강이다. 영산가람길은 역사와 맛,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풍류락도(風流樂道)라는 말이 앞에 붙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일찌감치 이 길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해 남도의 대표적인 걷기코스로 점찍었다.

이 중 2, 3코스의 일부를 지난 12~13일 80여 명의 무리가 함께 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가람길 이야기 여행’ 이벤트에 당첨된 일반인, 그들의 가이드 격으로 초청된 신정일(58) ‘(사)우리 땅 걷기’ 대표와 나주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참여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행사에 week&도 함께했다.

신 대표와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한 풍류락도 영산가람길 여행은 친근한 산골 분교 선생님에게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푸근했다.

전라도 젖줄 영산강 따라 걷는 길

세 코스로 나눌 수 있으며 어디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서울에서 4시간이 넘도록 차를 달려 나주에 도착한 일행은 식사를 하러 나주객사 바로 앞에 있는 곰탕거리로 향했다.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곰탕은 한우 양지와 사태를 푹 끓여 맑은 국물을 낸다. 식사를 끝내고 천연염색 문화관으로 이동해 간단히 염색체험을 한 뒤 영산강 걷기를 시작했다.

천연염색 문화관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죽지마을로 향하는 내내 보리밭을 지났다. 드넓은 보리밭 너머 영산강과 죽산보가 눈에 들어왔다. 영산강은 4대강 중 130㎞ 정도로 가장 짧지만 호남 제1의 곡창지대 나주평야를 길러낸 전라도의 젖줄이다. 2000년 동안 호남의 중심으로 군림한 나주의 생명줄인 영산강은 고요하게 나주 다시면과 왕곡면 사이를 흘러가고 있다.

영산강 죽산보 주변에는 갈대가 무성한 늪지가 운치 있게 펼쳐져 있다. 데크에 잠깐 멈춰 서 풍광을 즐긴 일행들은 황포돛배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보가 따로 없어 자동차·자전거 공용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포장도로를 걸었다.

아담한 황포돛배는 영산강을 제법 빠른 속도로 떠 갔다. 포근한 강바람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다. 황포돛배는 ‘영산강 제1경’이라는 현판이 걸린 석관정 앞에서 키를 돌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영산강 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서해의 짠물이 석관정 앞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그때의 흔적으로 커다란 바위절벽에는 시꺼먼 얼룩이 남아있었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고 나주영상테마파크에 들러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영산강 줄기를 따라 두 번이나 도보답사를 떠난 적이 있는 신정일 대표는 이날 특별히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연암집』에 담긴 누이의 죽음에 대한 제문을 소개했다. “강에서 하는 이별이 가장 아프다”며 운을 뗀 신 대표가 읊어주는 덤덤하면서도 깊은 슬픔이 묻어있는 문장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푸근하고 조용했던 영산강 저편부터 애잔함이 밀려들었다.

1. 시민참가자와 ‘우리 땅 걷기’ 신정일 대표가 죽산보 위를 걸어가고 있다. 2. 다양한 시민들이 풍류락도 영산가람길 걷기 여행에 참여했다. 3. 신정일 대표가 나주영상테마파크 누각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진행하고 있다. 4. 영산강을 유유히 떠가는 황포돛배. 언덕에는 ‘영산강 제1경’ 석관정이 보인다.
옛 영광을 보여주는 나주 시내 길

둘째 날엔 영산강에서 비켜나 나주 시내를 지나는 길을 걸었다. 금성산을 병풍처럼 두른 한수제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왕복 40분 정도로 금성산에서 뻗어나온 작은 능선 하나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길은 평평하고 그늘이 많아 걷기 편했다.

아기단풍·청단풍·홍단풍 등 다양한 단풍나무와 팽나무·은행나무·비자나무가 울창했다. 이재권 문화관광해설사가 길옆에 있던 풀 이파리를 하나 꺾었다. “깻잎이랑 똑같이 생겼지라, 이게 모시요잉. 이파리로 떡을 맨들고 줄기에서 실을 뽑아 옷을 맨들면 고거이 모시 옷이죠잉.” 이재권 해설사의 설명에 모두 잎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나지막한 산과 호수, 소박하고 편안한 풍광에 걷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짙은 녹음 사이로 하얀 꽃이 핀 나무가 듬성듬성 보였다. 바로 이팝나무였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나무인 이팝나무는 그 꽃 모양이 쌀밥과 비슷하게 생겼다. 옛날 배고픔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이 꽃을 보고 ‘이 밥’이라고 부르던 것이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나주향교를 지나 찾아간 곳은 목사내아와 금성관이었다. 목사내아는 나주 목사가 거주하던 곳으로 지금은 리모델링해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금성관은 나주관아의 중심이자 서울로부터 관찰사나 사신 등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 묵었던 곳이다. 조선시대 ‘영빈관’ 역할을 했던 건물답게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지난날 전라도의 중심지로 군림했던 나주의 영광이 느껴졌다. 금성관 뒤뜰에는 수령이 500년도 넘은 거대한 은행고목이 꺼무튀튀한 몸통을 드러내고 마치 신령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행 정보=풍류락도 영산가람길은 고대 사람들이 정치연맹체를 이뤄 형성했던 마한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한고대문화길(16㎞), 장어·홍어의 거리를 지나는 식도락길(19.7㎞)과 나주 역사가 서린 길(24.3㎞) 등 세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서울에서 경부~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를 거쳐 나주까지 약 4시간이 걸린다.

나주 곰탕
맛 정보=나주시 금계동 금성관길, 곰탕의 거리에는 곰탕 식당이 5개 정도 모여 있다. 그중 하얀집 곰탕은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집이다.7000원. 061-333-4292.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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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