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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제과 앞에서 만나" 강남역 그곳 이젠…

17일 많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강남역 앞 뉴욕제과’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빵집은 이달 말 38년 만에 문을 닫는다. [강정현 기자]

서울 강남의 명물 뉴욕제과가 다음달 문을 닫는다. 1974년 모습을 보인 지 38년 만의 랜드마크 교체다. 뉴욕제과점의 지번(地番)은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381-1번지 뉴욕빌딩. 통상 ‘강남역 10번 출구 앞’으로 통한다. 뉴욕제과 자리엔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들어선다. 이 때문에 “강남역 뉴욕제과 앞에서 보자”라는, 연인·친구 사이에 나누던 약속을 6월부터는 들을 수 없게 됐다.

 뉴욕제과의 운영사이자 이 건물 소유주인 ABC상사는 강남점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고 폐점한다고 17일 밝혔다. 점포 이전은 없다. ABC상사는 베이커리 사업을 접고 건물을 외부 임대용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임대료가 많이 올라 빵집을 운영하는 것보다 임대를 주는 게 이익이 더 난다는 판단에서다. 에잇세컨즈는 1~4층의 임대 계약을 맺었으며, 리모델링을 거쳐 올 하반기 문을 연다. 이로써 지난 1월 30년 전통의 리치몬드 홍대점이 문을 닫은 데 이어 또 하나의 ‘추억의 빵집’이 사라지게 됐다.

 ‘강남역 앞 뉴욕제과’는 지하철 강남역보다 먼저 생겼다. 해방 후 뉴욕제과를 설립한 고(故) 김봉룡 창업주는 서울 명동점이 번창하자 1974년 현재의 자리에 강남 직영점을 냈다. 당시만 해도 반포천이 흐르고 콩밭이 펼쳐진 황량한 곳이었다. 이 빵집은 38년간 자리를 지키며 지하철 역사가 세워지고 빌딩이 들어서는 ‘강남 성장사’를 지켜봤다.

 90년대 초반까지는 승승장구했다. 70년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뉴욕제과 빵만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90년대 서울시장 후보들은 ‘강남역 뉴욕제과 앞’에서 유세를 했다. 하지만 지점을 160개까지 내며 확장하다가 98년 외환위기에 흔들렸다. 강남점과 뉴욕빌딩이 그해 ABC상사에 매각돼 ‘ABC뉴욕제과’가 됐다. 2000년에는 뉴욕제과 본사가 부도를 냈다.

 강남점을 인수했던 ABC상사는 손병문(62) 회장이 ABC전자, 성전건설, 성전정보통신 등과 함께 운영하는 회사다. ABC뉴욕제과는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2년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도 등장했다. 최규선씨는 검찰 조사에서 “손병문 회장에게 선을 대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에게 뉴욕제과 4층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주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랜드마크 교체는 ‘패스트패션 중심지’로 떠오른 강남 상권의 변화를 보여준다. 대로변에 최근 1~2년 사이 유니클로·자라·미쏘·후아유·BSX 같은 국내외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입점했다. 파고다어학원·YBM 등 인근 어학·유학원의 20대 초반 수강생들이 패스트패션 소비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안선진 에잇세컨즈 총괄팀장은 “싼값에 최신 트렌드를 소비하려는 20대 초중반은 패스트패션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고객층”이라며 “스웨덴 브랜드인 H&M도 강남역 근처에 들어오려고 자리를 찾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뉴욕제과 연혁

-1949년 부산 광복동 뉴욕제과 개점
-1953년 서울 명동으로 점포 이전
-1974년 뉴욕제과 강남점 개점
-1998년 강남점, ABC상사가 매입해 ‘ABC뉴욕제과’로
-2000년 뉴욕제과 본사 부도
-2012년 5월 강남 ‘ABC뉴욕제과’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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