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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동안…" 유시민이 말하는 150일 문화 충격

유시민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진보정당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유 전 대표가 이끌던 국민참여당은 지난해 12월 11일 민주노동당 등과 합당해 지금의 통합진보당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 150여 일 동안 이른바 ‘컬처 쇼크’(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가 작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 전 대표와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보기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조직 문화 중에 기존 정당과는 다른,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특유의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표현부터 기존 정당과 달랐다. 통합진보당은 사무조직 단위에 ‘총국’이란 말을 쓴다. 거의 모든 정당이 쓰는 ‘사무처’ 대신 통합진보당은 ‘사무총국’을 두고 있다. 민노당 시절부터 이어져온 표현이다. 북한의 내각과 군부도 조직 단위에 총국이란 용어를 쓴다. 군부의 정찰총국, 내각의 개성총국 등이 그 사례다. 문제는 사무총국의 수장인 사무총장의 막강한 권한이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한 인사는 “장원섭 전 사무총장은 당 대표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공동대표들의 지시를 거스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 전 대표가 제기했던 ‘애국가 논란’은 그중 한 예다.

 유 전 대표는 창당 시 애국가를 공식 행사에서 부를 것을 제안했고, 심상정·이정희 당시 공동대표도 동의했으나 장 총장이 끝까지 반대해 결국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사무총장은 통합진보당의 ‘돈줄’은 물론 조직과 정보를 움켜쥐고 있다. 총무실·조직실·대외협력실·홍보미디어실 등을 총괄하는 거대 조직이다. 또 다른 비당권파 인사는 “통합진보당 사무총국은 시·도 조직 및 민노총·전농·대학 학생회와 한대련 등의 외부 조직과 유기체처럼 움직여온 핵심 권력기관”이라며 “이 ‘정치 다단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게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말했다. 당권파가 사무총국을 꼭 움켜쥐고 있었던 까닭이다.

 ‘회의 풍경’도 남다르다. 지난 10일 중앙운영위원회의 후 유 전 대표는 “(국민참여당 시절) 저 혼자 당 대표를 하다 와서 그런지 회의는 2시간이 한계다. 그런데 이렇게 긴 회의는 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회의는 장장 9시간 동안 이어졌었다.

 통합진보당의 긴 회의는 운영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당이 회의를 할 때는 미리 상정 안건을 조율하는 게 기본이다. 원래 논의하기로 한 안건을 바꿔야 할 경우 수정안을 미리 제출한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회의 시간 중에 상정해야 할 안건을 정하고, 즉석에서 수정안을 제안했다. 회의를 하러 모여 무엇을 토론할지 정한 것이다.

 표결 결과를 세는 방식도 독특하다. 참석 위원들이 자신의 명찰을 드는 방식이다. 재석 여부를 확인할 때나 발언을 신청할 때도 모두 명찰을 들었다. 표결 시엔 진행위원이 손으로 셌다. 대학교 학생회가 쓰는 방식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발언 신청할 때는 명찰 들지 말고 ‘띵동’ 소리가 나는 음식점 호출벨이라도 쓰라”고 야유했다. 당원들의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건 문화적 충격을 넘어섰다.

 비당권파 측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 등 3계파의 당원을 급하게 합쳤는데, 이에 대한 명부가 아직까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당권파 말고는 당원 DB에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유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생소한 문화 때문에) 내 예측과 현실이 하도 어긋나 이제는 더 이상 예측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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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