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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안에 잡힌 기자 "심문실에 쇠사슬·각목…"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문화 정도는?”

 “중상(中上).”

 “뭐? 중상학교? 학교 어디 나왔냐고?”

 “대학원.”

 “대학원이 뭐야, 그냥 대학으로 해.”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으면서 우리와 다른 문화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중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하다 중국 국가안전청에 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환(49)씨가 억류된 지 17일로 51일째다.

 기자에게 김씨의 중국 억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북·중 접경지역을 취재하다 공안당국에 억류돼 4박5일간 조사를 받았다. 당시 중국 공안은 고압적인 태도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조사했다. 김씨 역시 더 가혹한 환경에 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20일 중국 난핑(南平).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함경북도 무산지역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장갑차가 취재진 앞을 가로막았다. 장갑차에서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군인 6명이 순식간에 뛰쳐나와 취재진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목이 말라붙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군부대로 옮겨져 1차 조사를 받고 허룽(和龍)시 공안(중국 경찰)으로 넘겨졌다.

 ◆공포 분위기 조성=군부대에선 저녁은 제때 줬다. 땅콩 볶음과 야채 볶음이었다. “한국에선 잘 먹을 텐데 우리가 먹는 게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권했다. 취재진을 넘겨받기 위해 온 공안의 분위기는 확 달랐다. 10여 명이 식당 의자를 발로 툭툭 차며 들어왔다. 처음부터 고압적이었다. 모두 조선족으로 우리말을 구사했다.

 조사는 공포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1시간이 넘도록 아무 말도 시키지 않았다. 먼저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 1명씩 격리 심문실로 옮겨져 조사를 받았다. 1층의 조사실에 들어서는 순간 왜 중국인들이 공안이라고 하면 벌벌 떠는지 알 수 있었다. 공안(公安)은 취재진의 눈을 공안(恐眼)으로 만들었다.

 가로 3m, 세로 7~8m가량의 심문실엔 의자가 놓여 있었다. 5㎝ 굵기의 둥근 나무로 만든 의자의 양쪽 다리엔 수갑이 달려 있었다. 또 의자 한쪽엔 로프가, 다른 한쪽엔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방 한쪽 옆엔 부러진 각목, 그리고 의자 앞엔 피라도 닦으라는 용도의 두루마리 휴지….

 심문실은 모두 방음벽이었다. 의자 하나가 공포 그 자체였고, 두루마리 휴지가 그리 두려운 적도 없었다. ‘내가 저기에 앉게 될까, 고문을 당할까’ 등 심문실 안으로 들어서는 두세 걸음 동안 온갖 공포감과 상상이 펼쳐졌다. 내가 아는 게 뭘까, 저들에게 여기서 무엇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다행히 조사는 입구 책상에서 진행됐다.

 ◆조선족 조사관들의 반한 감정=중국 공안엔 한류란 건 없다. 조선족 조사관들의 투박한 반한 감정이 그대로 풍겨났다. 시종일관 반말이었다. “한국이 잘산다는데 중국은 9년간 의무교육을 하고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중국에서 삼성전자 안 사면 한국은 망한다”…. 비아냥의 연속이었다.

 새벽 1시가 지나자 내일 조사하자며 잠자리를 마련해 줬다. 물도 나오지 않고, 널빤지 침대가 놓인 유치장 수준의 뒷골목 여인숙이었다. 여인숙 주인은 취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노트에 기록했다.

 다음 날 조사관들은 취재진을 스파이로 몰고 갔다. 기자를 가장해 정보를 캐려 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사도 심문실이 아닌 안전부(우리의 국정원 분소)에서 진행됐다. 이곳에도 역시 부러진 각목이 놓여 있었다. 공포감을 부추기는 소품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떨리는 몸을 다잡을 순 없었다.

 사방이 흰색으로 칠해진 사무실에 2시간여 앉혀 놓고 아무 말도 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당신들의 행동은 한국에서는 합법일지 몰라도 중국에서는 간첩죄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기소할 준비가 다 됐다”며 윽박질렀다. 완강히 부인하자 “이러면 재미없어”라며 고함도 쳤다. 당장 기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취재기자임을 감안한 듯, 구타와 고문은 가하지 않았다.

 ◆한국 언론 보도에 민감=취재진 억류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자 공안은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다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유치장에 갇혀 있다거나, 단둥에서 출발했다거나, 우리 때문에 단속이 강화돼 탈북자들이 검거됐다거나 하는 억측 기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선양(瀋陽) 영사관의 영사가 면담을 온 뒤부터 공안들의 태도는 확 달라졌다. 숙소도 공안 아파트 한복판에 있는 모텔급으로 옮겨줬다. 식사도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했다. 우리 외교관의 영향력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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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