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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묻혔던 베트남전 영웅, 미국은 잊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70년 베트남전에서 숨진 레슬리 세이보 주니어 상병에 대한 명예훈장을 42년 만에 고인의 아내 로즈 마리 세이보 브라운(왼쪽)에게 수여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환갑이 넘은 로즈 마리 세이보 브라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970년 베트남 국경에 인접한 캄보디아 시산(Se San) 지역의 정글에서 전투 중 22세의 나이로 숨진 남편 레슬리 세이보 주니어 상병이 국가로부터 ‘명예훈장’을 받는 날이었다. 신혼 한 달 만에 베트남으로 훌쩍 떠난 남편은 영영 돌아올 줄 몰랐고, 그의 죽음은 42년간 잊혀져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마치 자신이 목격한 듯 세이보 상병의 스토리를 42년 만에 되살려 냈다.

 70년 5월 10일 베트남전에 투입된 미 101공수부대 506보병 소속 소대병력은 시산 지역을 정찰하던 중 북베트남군의 공격을 받았다. 50명의 미군을 미리 매복해 있던 100명의 북베트남군이 포위한 상황이었다. 소대원들의 총알은 떨어져 갔고, 상대방이 던진 수류탄을 터지기 전에 주워서 던지는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소총수인 세이보 상병은 대열 후미에 있었으나 앞장선 동료들이 자꾸 쓰러지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떨어진 수류탄을 집어서 던지고, 소대원들 사이에 수류탄이 떨어지면 동료를 자신의 몸으로 방패처럼 감쌌다.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지만 세이보는 적의 벙커까지 기어가 수류탄을 투척했다. 부상을 입은 몸인 만큼 벙커 안에서 수류탄이 폭발하면 그 파편이 자신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그는 감행했고, 숨졌다.

 시산 전투가 끝난 뒤 세이보의 동료들은 그의 공적을 상부에 보고했고, 사령관은 ‘명예훈장’ 수여자로 추천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전쟁통에 그의 공적 서류들은 그만 분실됐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9년 세이보 상병과 같은 101공수부대 출신의 앨턴 맵은 베트남전 자료를 찾기 위해 국립문서보관소를 뒤지던 중 세이보의 공적 서류를 우연히 발견했다.

 하지만 규정상 명예훈장은 행위가 있은 지 3년 내에 추천이 이뤄져야 했다. 맵은 세이보 상병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 부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의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했다. 의회는 결국 세이보 상병을 명예훈장 수여자로 결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여분에 걸친 세이보 상병 얘기를 마치며 “전쟁의 안개 속에 그의 스토리는 역사 속에 묻힐 뻔했다”며 “이 훈장을 베트남전 당시의 세대와 군인 가족들 모두에게 헌정한다”고 말했다.

 남편의 빛바랜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미망인 로즈 마리 세이보 브라운은 “훈장이 그를 되돌려주지 못한다는 걸 안다”며 “하지만 레슬리의 희생과 용기가 마침내 보상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명예훈장(Medal of Honor)=미 정부가 전투에서 공을 세운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 의회가 결정하고 대통령이 수여한다. 남북전쟁 때인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처음으로 ‘명예훈장’ 수여 규정에 서명했다. 미 역사상 세이보 상병은 3457번째로 훈장을 받았으며, 사후 수여자로는 623번째다. 명예훈장을 받으면 당사자나 미망인에게 매달 1237달러(2011년 기준), 140만원 정도가 연금으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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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