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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딜레마 김정은, 신주체사상 내세워 무너질 것

북한을 분석하고 그 미래를 예견한 『불가능한 국가』의 저자인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중앙포토]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동결을 약속하고 미국이 영양식품 24만t을 지원하는 2·29 북·미 합의가 성사되었을 때 김정은이 아버지와는 달리 북·미 대화, 6자회담 재개,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 나설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가장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미 합의를 깼다. 북한은 세 번째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이런 사태를 북한 역사와 정치의 큰 틀에서 체계적으로 예견한 책이 미국에서 나왔다. 빅터 차(V.Cha)의 『불가능한 국가(The Impossible State)』다. ‘북한의 과거와 미래’라는 부제가 붙었다. 빅터 차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국장 때 6자회담 차석대표로 수석대표 크리스 힐과 함께 2005년 9·19 공동성명 성사에 핵심역할을 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현재는 조지타운대학 교수와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연구부장으로 북한과 한반도 연구에 정력을 쏟고 있다.

 빅터 차는 김정은의 북한이 할아버지 시대의 북한에 향수를 갖고 북한을 미래가 아니라 과거지향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가설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그의 표현으로 신주체사상(NeoJucheism)이다. 그는 중·소 관계가 최악이던 60∼70년대 냉전시대에 북한이 황금시대를 구가했다고 말한다. 중국과 소련은 북한의 지지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김일성의 절묘한 줄타기 외교 덕에 북한은 체제경쟁과 경제력에서 남한을 압도했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남북한 경제의 격차가 확실해졌다.” 북한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식량배급 양을 줄여야 할 때 남한은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90년대 초의 소련·동구권 붕괴와 한국과 소련·동구권·중국의 수교로 북한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북한은 위기 탈출구를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 착수에서 찾았다는 것이 빅터 차의 분석이다.

 김정은은 아버지한테서 경제위기를 물려받고, 잘사는 남한을 옆에 두고 있다. 빅터 차는 김정은이 막다른 골목(Dead end)에서 끝나는 이데올로기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복고주의 이데올로기는 지난 10년간의 북한의 실패를 경제개혁이 이데올로기를 오염시킨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한 개혁·개방은 설 자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김정은의 딜레마는 분명하다. ‘신주체사상으로는 그가 승계한 나라를 유지할 수 없는데 김정은의 리더십에 정통성을 보장하는 것은 신주체사상뿐이다.’ 김정은은 개혁 없이는 백성들의 생활을 개선할 수 없지만 개혁을 하면 한번 변화의 단맛을 본 백성들은 더 빠르고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책에는 2009년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직접적인 배경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6자회담 차석대표 황준국을 평양에 파견해 한국이 영변 핵시설 연료봉 8000개를 매입하는 협상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부른 값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협상은 결렬됐다. 관대한 햇볕정책에 익숙한 북한은 이 대통령의 강경자세에 기분이 상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탄도 미사일 발사로 ‘환영’하고, 6자회담을 보이콧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추방했다. 핵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빅터 차는 선군정책이 신주체의 한 축인 것이 김정은의 신주체가 김일성의 원조 주체와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신주체는 핵무기 포기 없이 실행되어야 한다. 북한은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무기를 포기해 미국과 나토의 군사개입을 자초했다고 믿는다.” 빅터 차는 책의 말미에서 과감한 예언을 한다. “젊고 경험 없는 독재자는 이데올로기와 사회의 간격(Gap)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2012년에 취임하는 한·미·중·러를 포함한 이 지역의 새 지도자들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북한에서 근본적인 단절(Discontinuity)이 발생할 것이다.” 북한에 4~5년 안에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는 한반도 전문가의 이 예언이 맞으면 남북관계와 한반도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불가능한 국가』를 옆에 두고 김정은의 행보를 지켜봐야겠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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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