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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졌던 한국 바둑, 백홍석이 건져냈다

백홍석 9단(왼쪽)이 비씨카드배 결승 4국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쟁취한 직후 당이페이 4단과 복기를 하는 도중 이세돌 9단이 대국장에 찾아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뒤쪽은 이종호 비씨카드 사장. 이세돌은 당이페이에게 져 32강전에서 탈락했다. [사진 한국기원]

백홍석 9단의 비씨카드배 우승은 숱한 위기론 속에서 헤매던 바둑계에 감동의 물결을 몰고 왔다. 백홍석은 영웅이 됐다. 32강전에서 이창호 9단이 16세 소년 기사 미위팅 3단에게 져 탈락하고 이세돌 9단마저 18세 당이페이 4단에게 져 탈락했을 때 근 20년 세계 바둑을 이끌었던 한국 바둑의 영화도 드디어 끝나는구나 싶었다.

한국의 강자들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대진표에서 보듯 16강엔 한국 기사가 단 3명(이원영·박영훈·백홍석)이었고, 중국은 구리 9단과 중국랭킹 공동 1위인 셰허와 탄샤오 등 막강한 실력자 13명이 올라왔다. 올해 들어 중국의 어린 기사들이 무서운 파워를 보이자 “영재들을 밀어내고 영재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한국 입단대회의 좁은 문’이 크게 성토당하며 반성이 쏟아졌다. “한국 바둑은 유소년 팬들의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실력 1위 자리마저 중국에 내준다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올해 들어 LG배 결승에선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장웨이제 9단에게 졌고, 단체전인 농심배에서도 셰허 7단을 막지 못해 우승컵을 중국에 넘겼다. 여기에 새카맣게 밀려오는 중국 신예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바둑은 드디어 중국 천지가 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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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석은 바로 이 대목에서 구원투수로 나타났다. 32강전에서 뉴위톈에게 반 집 승, 16강전에서 저우루이양에게 1집반 승, 준결승에서 후야오위에게 극적인 역전승 등 힘겹게 한발, 한발 올라 결승까지 갔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국내 대회 준우승만 아홉 번 한 백홍석이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져갔다. 결승엔 한국 1위 이세돌과 중국 1위 탄샤오를 꺾고 박영훈의 대마를 잡아 중국 대륙을 흥분시킨 최고 스타 당이페이의 4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12일의 1국은 당이페이의 흑 불계승. 그러나 2, 3국은 백홍석이 불계로 이겼고 4국에서 가슴 졸이는 반 집 승을 거두며 백홍석은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3억원. 하늘을 날 것 같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하룻밤 자고 난 백홍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팬들이 열화와 같은 응원을 퍼부었는데 부담은 되지 않았나.

 “무척 자랑스러웠고 큰 힘이 됐다. 처음으로 한국 바둑에 대한 책임감도 느꼈다.”

 -승리 소감을 다시 한번 얘기해 달라.

 “기쁘고 영광스럽다. 1국을 졌으나 내 스타일로 밀고 나간 것이 승리의 동력이 됐다. 바둑을 통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큰 수확이다.”

 -중국 신예들과 앞으로의 판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상급은 아직 비슷하지만 신예들은 한국이 많이 뒤진다. 중국 신예들은 정상급과 실력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수도 많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당이페이에 대해선.

 “앞이 더욱 기대되는 굉장한 기사다. 다만 결승전에선 심적으로 움츠러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예다운 모험적인 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혼 계획은.

 “여자친구가 이번 결승전 내내 많은 격려를 해줬고 크게 위안이 됐다. 내년에 군대부터 다녀와야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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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