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빨간 우체통 앞에서

빨간 우체통 앞에서 - 신현정(1948~2009)


새를 띄우려고 우체통까지 가서는 그냥 왔다

오후 3시 정각이 분명했지만 그냥 왔다

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냥 왔다

난 혓바닥을 넓게 해 우표를 붙였지만 그냥 왔다

논병아리로라도 부화할 것 같았지만 그냥 왔다

주소도 우편번호도 몇 번을 확인했다 그냥 왔다

그대여 나의 그대여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려서 왔다

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 껍질을 톡톡 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왔다

그대여 나의 새여 하늘은 그리도 푸르렀건만 그냥 왔다

새를 조각조각 찢어버리려다가

새를 품에 꼬옥 보듬어 안고 그냥 왔다.

전자메일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 갓 낳은 달걀을 두 손에 보듬듯 편지를 품고 우체국으로 가서, 시계 보고, 침 발라 봉투 붙이고, 몇 번씩 주소를 확인하고 나서야 두근두근 빨간 우체통에 넣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정성으로도 부칠 수 없는 편지가 있었구나. 하늘이 한없이 푸르러도 날려 보낼 수 없는 새가 있구나. 사랑은 때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자기를 발설하지조차 못한다. <이영광·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