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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어! 사내벤처 살아있네

SK플래닛의 사내 벤처 공모 제도인 ‘플래닛 X’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진행된다. 직원들은 참가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보거나 인터넷 중계 영상을 통해 지켜본 뒤 실시간 투표로 평가한다. [사진 SK플래닛]

박성철(左), 이민화(右)
지난달 초 SK플래닛에선 제1호 사내벤처가 탄생했다. ‘스톱 애드(Stop AD)’라는 벤처다. ‘위치기반 실시간 광고 중계’가 사업 아이디어다. 휴대전화를 통해 사용자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서는, 사용자가 부근 안내 지도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띄웠을 때 근처 업소의 광고 메시지 등을 보내주는 사업이다. 올 2월 초 시험 운영(베타테스트) 기간에 일반 사용자들의 호응을 받아 아예 사내 벤처를 꾸려서는 사업화를 추진하게 됐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입사 4년차 이재호(30)씨가 파격적으로 팀장에 임명됐다. 팀원은 4명. 이 사내 벤처는 독특한 공모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요즘 뜨고 있는, ‘슈퍼스타 K’와 같은 오디션 방식이었다. 오디션의 이름은 ‘플래닛 X’.


세계적 불황 속에 창업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사내 벤처’가 대안으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사내 벤처는 기업이 본래의 사업과는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목적으로 기업 내부에 독립된 사업체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신기술 사업화와 조직 슬림화, 직원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주로 대기업에서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96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효시는 95년 옛 데이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 ㈜인터파크다. 99년 중반 벤처기업이 번성하면서 더욱 활성화됐고, 별도 법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았다. 실패하더라도 부담은 회사에서 지며, 개인에게 불이익이 없어 요즘 같은 상황에선 창업보다는 사내 벤처가 불황 탈출의 계기가 될 것이란 분위기가 일고 있다. 사내 벤처가 성공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2000년 ‘벤처 플라자’를 설치해 사내 벤처 육성에 나섰다. 현재까지 7개의 사내 벤처가 분사했다. 이렇게 탄생한 기업들과의 협력 덕에 현대·기아차의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게 스스로의 평가다. 대표적인 게 2003년 7월 분사한 PLK 테크놀로지다. PLK 테크놀로지는 차선 이탈 경보 장치를 개발했다. 에쿠스·제네시스·그랜저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싼타페와 K9에 적용됐다.

 2009년 9월 분사한 ‘현대 씨즈올’이라는 회사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디젤 엔진을 선박용으로 개조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가 창출한 수입 대체 효과만 연간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SK그룹은 99년 최태원 회장의 직접 제안으로 사내 벤처 활동에 불을 댕겼다. 99년 사내벤처로 출범한 중고차 온라인 거래 사이트 SK엔카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SK엔카가 사내 벤처로 출발할 즈음은 인터넷이 한참 퍼지던 때였다. 당시 과장이었던 박성철(50) 대표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인터넷을 이용한 중고차 사업’에 생각이 닿았다. SK엔카는 지금 국내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매매뿐 아니라 중동, 러시아, 동남아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2009년 9월부터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T-두드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단순 사업 제안에 그치지 않고 사업을 직접 추진할 인력과 재원을 뒷받침 받아 제안자가 팀장이 돼 실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스코의 경우 2001~2005년 사내 벤처 형태로 11개 회사가 설립됐다. 주로 산업설비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성공 케이스만 있는 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 실패 케이스가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고 있다. 2009년 2월 자본금 10억원으로 세운 대우조선해양상조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사내 벤처 형태로 존재하다 떨어져 나오면서 창업했다. 그러나 상조사업 추진 책임자들이 비위 혐의로 구속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노조가 “상조회사까지 하느냐”며 문제 제기를 하면서 중단하고 말았다. 결국 올 3월 금감원 공시를 내고 회사를 해산했다.

 평소 ‘사내 벤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표적 인사는 이민화(59)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다. 벤처기업 메디슨의 설립자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메디슨의 사내 벤처로 설립했거나 메디슨 출신 인사가 독립해 만든 업체가 100여 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도전은 물론, 실패한 뒤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엔 직접 창업보다는 사내 벤처가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며 오히려 사내 벤처 활성화를 통해 불황 탈출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AIST 배종태(53·경영학) 교수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직접 창업보다는 사내 벤처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라야 모험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내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뿐 아니라 회사의 전폭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철 SK 엔카 대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벤처를 장려하는 기업 분위기가 사그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 당시 사내 벤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하나쯤 망해도 회사는 큰 지장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로부터 크게 고무돼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며 “사내 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 회사 틀에 얽매이지 않도록 내버려두는 관대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 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윗사람으로부터는 신뢰를, 아랫사람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고 경영층이 나서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대우해줘야 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인큐베이션 시스템

사내 직원들로부터 신규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회사가 지원하는 신규사업 개발 시스템. 미숙아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에서 일정 기간 보육하듯 사원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실제로 사업화될 수 있도록 회사가 적극적으로 인력 및 자금 등을 공급하고 운영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원을 받는 사내 인사에게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되므로 신규사업 개발과 장래 경영층 육성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내벤처 업체


▶ 인터파크

- 설립=1995년 LG 유플러스(당시 데이콤) 사내벤처
- 사업 내용=전자상거래
- 성공 요인=온라인 장터 ‘G마켓’이 국내 오픈 마켓 사이트 1위를 차지하며 성공가도
- 향후 계획=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어려움. 최근 삼성그룹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아이마켓코리아(IMK) 인수

▶ SK엔카

- 설립=1999년 12월 SK㈜ 사내벤처로 출발
- 사업 내용=인터넷 중고차 판매
- 성공 요인=인터넷으로 중고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시장 개척
- 향후 계획=중고차 글로벌 오픈마켓 활성화

▶ 현대 씨즈올

- 설립=2009년 9월 현대자동차에서 분사
- 사업 내용=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을 개조해 선박용 엔진 공급
- 성공 요인=중소형 선박 시장에서 수입품 대체
- 향후 계획=국책 과제로 지난해부터 다른 종류의 선박용 엔진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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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