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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활 덕에…" 60세女 고씨가 달라진 이유는

[일러스트=강일구]


70대 노인이 사랑을 한다. 무료했던 일상생활에 생기가 돈다. 등산로 절벽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모험을 하고, 평소 입에 대지 않던 샌드위치를 기꺼이 먹는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교’ 얘기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70대 노년 커플의 연애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랑에 빠진 김만석(이순재 분)은 데이트에 나가기 전 양복을 꺼내 입는 등 외모를 가꾼다. 연인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커버스토리] ‘젊음 주는 묘약’ 황혼 로맨스



 노년의 성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 인기다. 그렇다면 황혼의 로맨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시니어파트너즈와 교보생명이 공동 실시한 ‘2011 시니어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이성 친구가 있는 50대 이상 시니어층은 9%에 달했다. 이성 친구를 갖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도 20.6%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홀몸 노인은 올해 119만 명에서 2035년 343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노년에 연애를 하는 홀몸 노인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황혼의 로맨스는 여전히 ‘주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태희 교수는 “노년의 사랑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며 “오히려 홀몸 노인의 로맨스가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성 친구 있는 노인이 더 건강



2005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울증을 겪었던 고미숙(60·가명)씨. 자식이 걱정할까 봐 장롱 속에 들어가 혼자 우는 날이 1년간 지속됐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김성택(58·가명)씨를 만났다. 김씨 또한 부인과 사별해 홀로 사는 처지. 가끔 전화 통화를 하며 슬픔을 나누다 사이가 깊어졌다. 자식과 동성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말도 술술 나왔다. 고씨는 김씨와 한 달에 한두 번씩 서울·울산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긴다. 고씨는 “김씨를 만난 뒤 우울한 날이 점차 줄고 있다. 생활에 긴장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매일 운동을 하고 식사량도 조절한다. 한때 아침 공복 기준 135mg/dl이던 혈당수치는 105mg/dl로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젊은이들처럼 가벼운 스킨십과 포옹뿐 아니라 성생활도 한다. 고씨는 “성생활 덕분인지 피부와 머리카락도 고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씨는 “자신을 주목하고 칭찬·응원해 주는 남자 친구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삶의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미망인을 위한 집을 지어 홀몸 노인이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씨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정부 인가 무학여성 교육기관)에 다니며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연애가 주는 활력은 논문에서 입증된다. 일본 국제의료복지대학 간호학부 윤옥종(전 용인시 노인복지관장) 교수는 ‘사별한 여성 노인의 연애 체험(2011)’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윤 박사는 “여성 노인은 연애를 하면서 외로움과 무료함·위축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연애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개선했다는 것. 이들은 남자친구를 배우자처럼 돌보며 자아성취감을 느꼈다.



 연애를 하는 노인은 몸 단장을 하며 자신을 가꿔 성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아시아성의학회 홍영재(산부인과 전문의) 부회장은 “노인이 돼 무성(無性)의 존재로 사는 것보다 연애나 부부관계를 통해 여성은 여성스럽게, 남성은 남성스럽게 성 정체성과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 안티에이징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정신건강의학과 박준혁 교수도 “남녀를 불문하고 정신적·신체적 질환에서 회복될 때 첫째로 하는 일이 거울을 보며 외모를 가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인이 돼 연애를 할 때의 감정 상태는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을 할 때 나오는 페닐에틸아민이나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개선한다. 페닐에틸아민은 항산화 능력을 높여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두뇌 화학물질을 활성화해 인지기능도 향상시킨다 .



정기적인 성생활이 치매·건망증도 예방



연애를 통해 정기적인 성생활을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는 노인보다 건강하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김세철 병원장(비뇨기과 전문의)은 “남성 노인의 약 70%가 정상 성인과 비슷한 수치의 테스토스테론을 갖고 있다”며 “ 노년의 성생활은 심장병과 우울증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성생활을 할 때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신진대사 활동을 높여 심장질환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규칙적인 성생활은 고환·음경의 위축과 퇴화를 막아 준다. 뇌전두엽을 자극해 치매·건망증의 위험도 낮춰준다.



 여성도 나이와 관계 없이 성기능이 유지된다.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질건조증·질벽 두께의 감소 등 신체 변화도 있지만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당뇨가 있는 여성도 정기적인 성생활이 도움이 된다. 몸 속 불필요한 당분을 태워 버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성관계를 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돼 얼굴과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고 볼에 홍조가 생겨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다 말했다. 콜라겐 생산도 도와 피부가 처지는 것을 막아준다. 김 교수는 “노년기에는 성생활뿐 아니라 손을 맞잡는다거나 키스를 하는 등 교감을 통해 젊은이보다 은근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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