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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미·중 이중주

오영환
국제부장
올해는 금세기 미·중 관계의 변곡점일지 모른다. 누가 창이고 방패인지, 어느 쪽이 우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게임에 룰이 생겨나는 분위기다. 상대적 쇠퇴기의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으로 돌아오고, 대국굴기(大國<5D1B>起)의 중국은 동·남중국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터였다. 견제와 균형, 충돌과 협력을 되풀이하다 보면 타협점에 이르는가. 미·중이 마침내 접점의 틀을 찾은 듯하다. 이해와 타산,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二重奏) 말이다.



 3~4일 베이징 전략경제대화는 그 결정판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새 비전을 내놓았다. 미·중을 ‘새(新型) 대국관계’로 규정했다. “국제 정세와 양국 내정이 어떻든 흔들림 없이 협력적 동반자를 건설하자”는 말이 흥미롭다. 그러면서 5원칙을 제시했다. ①혁신적 사고 ②상호 신뢰 ③평등과 양해 ④적극적 행동 ⑤우의 착근(厚植)이다. ‘대결과 갈등의 전통적 대국관계’의 구(舊)사고를 깨자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제로섬의 옛 미·소 관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들린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부연한 ‘협력(cooperation)의 C-2’다. 중국판 G2론의 등장이다. G2 책임론은 비껴가되 세계 질서는 이끌겠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후진타오 독트린이라 할 만하다. 후진타오 10년 체제의 대미관계 유산이다. 미국도 여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신화사).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 말기의 경제적 난맥상과 외교적 고립을 미·중 국교정상화(1972년)로 돌파하려 했던 데 대해 후진타오가 그 문혁의 최대 예찬론자(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빚은 권력 이양기의 혼란 상황에서 미국 카드를 쓴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새 비전은 후진타오와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합작품이자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새 대국관계란 말은 시진핑이 지난 2월 방미 때 처음으로 썼다. 대미 관계는 현재와 미래 권력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대외정책의 근본 모순일 게다. 새 대국관계 5원칙은 평화공존 5원칙을 떠올린다. 냉전 초기 신생 중국을 비동맹권의 맹주로 만든 대외 정책의 장전(章典) 말이다. 지평은 다르지만 새 원칙을 옛 원칙(①영토와 주권 상호존중 ②상호 불가침 ③내정 불간섭 ④평등과 호혜 ⑤평화공존)에 견줘보라. 공세적이다. 중국은 변했다.



 전략경제대화의 공동성명도 보자. 항목이 무려 50개다. 양자 현안·협의체, 지역·글로벌 어젠다가 망라됐다. 냉전 이래 이런 문서가 있었던가. 세계를 향해 ‘바보야, 미·중 시대야’라고 외치는 것 같다.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미국대사관 진입 사건이 꼬일 대로 꼬였지만 쉬 풀려가는 것은 미·중 신 데탕트의 물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천광청 사건 처리는 성숙해가는 미·중 관계를 상징한다. 동시에 미국의 조용한 인권 외교를 도마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회담 석상에선 천광청의 ‘천’도 거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을 의식한 극단적 현실주의다. 자유와 인권에 대한 소명을 내건 미국 예외주의는 약해지는가. 국력 저하로 신고립주의는 필연이 되는가.



 미·중 신 데탕트 조짐은 한반도에 빛과 그림자로 다가온다. 단기적으론 북한의 도발 억제 요인이다. 북한의 전매특허인 양다리 외교를 막는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지 못한다면 탈출구가 막혔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은 미·중이 화해할 때 남한에 손짓했다. 72년의 역사적 7·4 남북 공동성명은 미·중 국교정상화 충격(닉슨 쇼크)의 산물이다. 거꾸로 미·중 대립은 남북 대립을 부추겼고, 남북 대립은 미·중 대립의 상승 작용을 불렀다(이동준, 『미완의 평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가 그랬다. 그렇다고 북한이 지금 남한에 대화를 제의할 처지도 못 된다. 대남 선전포고를 해놓은 마당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북한에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중 화해는 한반도 분단 고착화의 요소다. 변화가 아닌 현상유지의 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외교의 시험대다. 한·미 동맹의 기축 위로 중·일·러와 전략 대화의 거미줄을 쳐야 한다. 한·중·일을 비롯한 다자 협력도 다다익선이다. 우리가 한반도 미래의 중심이 되는 필요조건이다. 그래야 강대국의 울타리를 넘어 독자적 영향력의 끈을 가질 여지가 생긴다. 내정에선 현재·미래 권력 간 국책 논쟁과 전략 대화를 권하고 싶다. 새 질서 태동기, 의제를 선점하지 않으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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