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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유학생들, 한국통으로 맹활약할 겁니다”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 받은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

11일 이명학 교수(가운데)가 한글 백일장 유학생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한쉬, 가오난, 엘비라 메메토바, 쩌우잉스, 담징 궁지트마. [사진=조용철 기자]


“교수님 덕분에 한국에 올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감사합니다.”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이날 대한민국 스승상 대학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명학(57)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를 둘러싼 건 5명의 외국인 제자였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한문학과가 아니다.



이 교수의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온 가오난(高男·26)·쩌우잉스(鄒穎詩·24)·한쉬(韓蓄·26)와 몽골 출신인 담징 궁지트마(24), 타지키스탄에서 온 엘비라 메메토바(24) 등 외국인 학생들은 이 교수의 팔짱을 끼고 마냥 기뻐했다.



올해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 교육상은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 가운데는 최고 권위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는 ‘으뜸교사상’을, 한국교직원공제회는 ‘한국교육대상’을 시상해 왔는데 이 두 상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 표창과 녹조근정훈장이 수여되고, 상금도 1000만원이나 된다.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과의 인연은 이 교수가 상을 받게 된 배경 중 하나였다.



메메토바 등 외국인 학생들이 이 교수의 수상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이유가 있다. 이들은 바로 이 교수가 선발한 ‘한글 백일장 유학생’이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성균관대 사범대 학장이던 이 교수는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한류 덕분에 중국의 70여 개대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교수는 중국과 몽골,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불고 있는 한류를 계속 이어 갈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한글 백일장’을 생각해 냈다. 현지에서 한글 백일장을 열어 장원과 차석 등 수상자들은 성균관대 대학원에 장학금을 줘 유학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2007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1회 대회가 열릴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도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출발한 한글 백일장은 몽골의 울란바토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로까지 확대됐다.



한글을 열심히 공부하면 백일장에 나가 한국 유학까지 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중국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대학들에선 앞다퉈 한국어 수업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지 학생들 사이에선 ‘한글 백일장’이 꿈의 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각 대학은 자체 선발시험을 거쳐 한국어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학교 대표를 1~2명 선발해 대회에 출전시킨다.



이날 이 교수를 축하하러 온 쩌우잉스는 광저우 광둥외대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영사관에 취직돼 일하다 대학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승리해 ‘한글 백일장’에 참가하게 됐다.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1학기 과정을 듣고 있는 쩌우잉스는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가 되는 게 꿈이다.



톈진(天津)사범대 한국어과를 졸업한 가오난은 다음 학기에 논문을 써야 하는 한국 생활 3년차다. “한국 유학은 오랜 꿈이었는데 백일장 아니었으면 아마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제 인생이 좀 다르게 흘러갔겠죠.”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발매되는 여성 패션잡지 광고를 비교 분석해 석사 논문을 쓸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벌써 긴장돼요. 그래도 백일장 유학생들이 와서 응원해 준다고 했어요.”



타지키스탄이 고향인 메메토바는 200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글 백일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국경을 넘어가 참가, 금상을 받았다. “백일장 시제가 ‘어머니’였는데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게 됐고 그걸 통해 제가 한국에 와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어요.”



한글 백일장 유학생들을 기쁘게 하는 건 이미 훌륭한 롤모델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2008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제1회 중앙아시아 한글 백일장에서 입상한 아이다로바 아이게음은 “한국에서 카자흐스탄 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소감을 밝혔었다.



아이게음은 지금 그 꿈에 한 발 다가서 있다. 그녀는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장학생으로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해 외무고시에 합격, 최근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제1회 베이징 대회 입상자인 뤄위안(羅媛)은 성균관대 유학을 마친 뒤 지금 삼성전자에서 근무 중이다.



이 교수가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받은 것은 ‘한글 백일장’을 성공시킨 공로가 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자와 한문의 세계’라는 그의 강의는 얼마 전 SBS가 선정한 ‘전국 대학 5대 최고 명강의’에 선정됐을 만큼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3월에는 그의 강의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100대 명강의’에 뽑히기도 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그는 얼마 전 30년 전의 여제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의상학과 82학번이라는 그 제자는 “제 딸이 성균관대에 들어가 제 후배가 됐는데 선생님의 강의를 꼭 들으라고 추천했다”고 적었다.



이 제자는 “선생님을 한 번도 직접 찾아뵙진 못했지만 강의가 너무 좋았고, 제 딸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니 더욱 기쁘다”고 썼다. 이 교수는 “이런 편지를 받을 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기부 DNA’로도 유명하다. 그는 대한민국 스승상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을 모두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100대 명강의’에 선정돼 받은 300만원은 이미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그 정도가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10억원을 모교인 중동고등학교에 내놨다.



물론 그의 개인 재산은 아니었다. 그의 부친인 이상목 동아기기 대표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을 의대 교수인 동생과 상의해 쾌척한 것이다. 중동고등학교는 이 장학금으로 올 2월 대학에 진학하고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리고 어머니는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에 합격한 Q군 등 기초수급대상자 3명이다. 이 교수는 “그 10억원은 제 아버님이 저와 동생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하신 것이고, 저는 그걸 집행한데 불과하다”며 “그게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현금 유산의 거의 전부지만 어려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고 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아이들을 잘 가르치라”고 당부하고 떠난 선친의 뜻에 따라 자비를 들여 ‘효(孝)와 신(信)’을 주제로 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이다. 이달 말에 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면 전국 초등학교 및 해외 동포 자녀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한글 백일장을 중국과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한류가 한순간의 인기나 거품이 되지 않게 하려면 한글을 사랑하고 배우는 외국인들이 훨씬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문을 가르치고, 국한문 병용을 주장하지만 아시아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기를 소망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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