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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발길질 본 아이…첫 공개 진보 '생얼'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그랜드볼룸은 12일 하루 종일 아수라장이었다. 국민에게 처음 공개된 진보의 생얼굴은 예상보다 훨씬 보기 흉한 것이었다. 이날 행사는 비례대표 경선 조작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열렸다.

따라서 이정희 대표와 4·11총선 비례대표 2번 당선인인 이석기씨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당권파’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지난 5일 이정희·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의 동반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었다.

이른바 ‘종북주의자’들이 중심인 당권파에 대해 당내 권력 중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였다. 부정 의혹을 사고 있는 비례대표 전원 사퇴도 의결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당권파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전국 당원들에게 총투표를 실시하자고 맞섰다.

비당권파가 앞장선 12일의 중앙위원회는 전국운영위원회 결정을 추인하는 게 목표였다. 약 950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가 추인하면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일의 중앙위원회는 결과적으로 진보정치권의 ‘사상투쟁’이 뭔지를 보여 주는 현장이 돼 버렸다.

회의 시작 직전 이정희 대표는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회의장을 떠나버렸다.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 역시 전국운영위원회가 의결한 대로 사퇴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회의가 난장판이 됐다. 당권파는 이날 회의 자체를 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단상 아래에선 당권파 쪽 인사 수십 명이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고 외쳤다. 회의장 뒤쪽의 참관인석을 장악한 당권파 당원 수백 명도 목이 터져라 고함을 쳤다.

오후 2시40분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가 개회를 선언하고 공동대표단 총사퇴안을 안건으로 제시하자 당권파가 줄줄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다. 중앙위원회 참석자들의 신원을 믿을 수 없으니 재확인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회의를 지연시키려는 갖가지 요구가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발언권을 달라”라는 고함과 “개XX”란 욕설이 튀어나왔다. 당권파 참관인들 중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려온 30~40대 여성들도 있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애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대신 “혼나기 전에 조용히 하라”며 윽박질렀다.

견디다 못한 심상정 공동대표는 오후 4시15분 1차 정회를 선언했다가 10여 분 뒤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나 회의장 질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중단하라, 불법 중앙위”라며 수백 명이 외치는 구호소리에 회의 진행은 아예 불가능해졌다.

심 공동대표가 “(이러면) 우리가 민주주의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항의했지만 구호는 오히려 더 커졌다. 오후 7시쯤에는 당권파 당원이 단상으로 뛰어오르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후 9시40분, 당권파 수백 명은 6~7시간째 목이 터져라 함성을 계속 질렀다.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상정 대표가 당헌 개정안을 상정하려 하자 당권파 수십 명이 순식간에 단상으로 뛰어올라 갔다. 이를 막으려는 당 진행요원들과 엉키면서 주먹과 발길질이 난무했다. 단상으로 물병도 날아갔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심 대표를 몸으로 둘러싸고 막았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멱살을 잡히고 발길로 차였다. 3명의 비당권파 대표들은 결국 대기실로 대피했다. 한마디로 정당 행사가 아니라 무법천지였다.

이날 행사는 공개된 것이어서 전국의 언론매체가 취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개 장소에서 폭력까지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당권파들은 주변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비당권파 Z씨는 “당권파가 저렇게 결사적인 것은 핵심 몸통인 이석기를 무슨 일이 있어도 국회에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한 인사는 “이게 무슨 진보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일부 참석자는 “이제 당권파나 종북주의자들과는 결별이 불가피하다”며 분개했다.


채병건·강나현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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