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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재정위기 결단 못 내리면 극단적 포퓰리즘 위험”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대통령과 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딸인 마자딘 팽조가 10일 파리에 있는 프랑수아 마테랑 도서관에 도착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30년 전 미테랑 대통령의 당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올랑드 후보가 51.64%,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48.36%의 표를 얻었다. 나라가 반으로 나뉜 건가. 위험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프랑스 정치는 좌파·우파의 양극 대결구도로 돼 있는 게 아니다. 보수적인 우파, 사회민주적인 좌파가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극우 포퓰리스트와 좌파 포퓰리스트로 구성된다. 나는 극우와 극좌를 극단적 포퓰리즘이라는 같은 범주에 넣는다. 진정한 위험은 합리적인 우파와 합리적인 좌파가 사회와 경제를 변화시킬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양극단의 포퓰리스트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민주당·공화당 지지자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 보수적 우파와 리버럴(liberal) 좌파의 갈등이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이 반영된 게 아니다. 언론의 과장, 정치적 수사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을 어떻게 보는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은 그가 극단적이지 않고 매우 온건한 사회주의자라는 것이다.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마르크스주의자였다. 그 시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다. 올랑드는 협상·거래·종합(synthesis)을 잘 구사하는 정치인이다.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평화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그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론 극단적인 결정도 필요하다. 공공부문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극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운영 방식, 국방·교육 분야 지출, 복지국가 제도에 극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현재로서는 낮은 수준의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좌우의 포퓰리스트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그게 진짜 위기다.”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나리오는.
“현재는 프랑스가 국제금융 시장에서 좋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6개월 후에도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정부가 공공예산의 균형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장이 발견하면 금리가 급등할 것이다. 상황이 그리스처럼은 아니어도 스페인·포르투갈 상황과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 정부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랑드 정부의 친성장 정책은 한국에서도 지켜볼 정책이다. 그는 성공할 것인가.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책인 케인스 경제학 식의 성장 정책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올랑드는 친성장주의자이지만 사실 친성장이 아닌 사람이 있는가? 성장이냐 반성장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친성장 대(對) 친빈곤으로 나뉘는 게 아니다. 올랑드는 재정건전성을 위한 유럽연합(EU)의 신재정협약에 친성장 조항을 넣겠다고 했지만 독일 정부도 ‘물론 우리도 친성장이다’고 말할 수 있다. 성장의 조건, 성장을 가능케 하는 올바른 정책이란 어떤 정책인가가 문제다.”

-성장의 조건은.
“프랑스에서 성장이 이뤄지려면 노동시장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최우선순위다. 또한 균형예산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투자가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그 누구도 성장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나는 친성장이다’는 연설은 필요 없다.”

-프랑스와 한국은 강한 국가로 분류된다. 프랑스 정부의 디리지즘(국가주도주의·dirigisme)은 한국 정부의 전통과도 유사하다. 프랑스의 국가주도주의는 지금도 작동하는가. 새로운 산업 부문을 형성시키는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프랑스의 주요 대기업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산물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기업들은 1960~70년대의 산물이다. 프랑스에 비하면 최근 역사의 산물이다. 프랑스에 있는 약 40개의 대기업도 국가와 긴밀한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디리지즘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젠 과거다. 과거에 국가와의 관계가 긴밀했던 대기업들을 국가가 계속 끌고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내 대답은 ‘노(No)’다. 오늘날 이런 회사들은 지극히 첨단기술 중심이다. 활동영역은 범세계적이다. 이런 대기업들은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프랑스·한국에 필요한 것은 국가주도주의 폐기이며, 중소기업에 더 많은 공간을 주는 것이다.”

-프랑스의 다문화주의는 올랑드 정부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프랑스에는 다문화주의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다문화 문제에 있어 프랑스는 네덜란드·영국·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매우 다르다. 프랑스공화국에는 오직 시민이 있을 뿐이다. 민족·인종을 단위로 하는 권리의 고려는 없다. 시민은 시민으로서 모든 권리를 향유하지만 소수 공동체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올랑드도 마찬가지다. 개인주의, 개인의 권리에 대한 옹호가 유지될 것이다. 특정 종교·인종집단을 위한 권리 부여는 없을 것이다.”

-올랑드 후보가 당선되면 프랑스를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정말 떠날까.
“정확한 여론조사 예측이 있었기에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났다(웃음). 극소수의 부자들은 세금 인상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글로벌 시민이다.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지나치게 높게 되면 부자들은 신체적으로 프랑스를 떠난다기보다는, 해외 투자의 형식으로 프랑스를 떠나게 될 것이다. 프랑스에 있는 기업의 본부가 낮은 세율을 찾아 해외로 이주할 가능성도 있다.”

-올랑드는 ‘프랑스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돼 프랑스형 뉴딜(New Deal)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뉴딜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은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도 않았다. 루스벨트는 뉴딜과 관련해 대법원의 눈치를 봤지만 스스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EU 회원국인 프랑스는 통화를 통제할 수 없다. 올랑드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이나 독일 등 다른 EU 국가들을 무시할 수 없다. 그가 매우 온건한 뉴딜 정책을 펼 수는 있을지 모른다. 유럽의 일반적인 조류는 친시장·친규제완화·친경쟁이다. 한 국가가 이를 무시하고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펼 수 없다. 올랑드는 친EU다. 그는 EU의 통합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옹호한다. 따라서 그는 프랑스의 루스벨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에는 주기적으로 우파 혹은 좌파 정당들로 정권이 교체되는 물결이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집권은 좌파의 득세를 예고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프랑스 내 좌파 유권자들의 수는 최근 20여 년간 늘지 않았다. 올랑드가 선거에 이긴 이유는 좌파 유권자가 늘어서가 아니라 중도·극우 유권자들이 사르코지를 심판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올랑드가 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사르코지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했다. 이번 대선은 사르코지에 대한 신임투표였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사르코지와 달리 올랑드는 명문 고등교육기관(그랑 제콜·grandes <00E9>coles) 출신이다. 어떻게 달라질까.
“사르코지의 출신 배경은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집안은 부유했다. 그러나 그는 그랑드제콜 출신이라는 정통적인 엘리트집단에 속하지 않았다. 사르코지는 ‘신(新)엘리트’였다고도 볼 수 있다. 올랑드의 당선은 구(舊)엘리트 집단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사회당 정부는 사르코지 정부보다 ‘보수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소수계나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인사들을 등용했다.”

-EU와 유로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2007년 이후의 국제 재정위기, 2009년 이후 유럽의 공공부채위기에서 드러난 특징은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국제금융 시장에서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유로존 자체는 의문의 대상이 아니다. 경제위기로 유럽중앙은행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됐다. 위기는 EU, 유로와 유로존의 위기가 아니라 남부 유럽 국가들의 위기다. 그리스의 경우에는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냐 탈퇴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지 모르지만 이는 유로존 자체의 미래와는 별개 문제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야 하며 행동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기 소르망은 20권의 서적을 집필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WSJ)·르피가로·중앙SUNDAY 등 유력지에 칼럼을 기고해 온 세계적 공공지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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